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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과도한 은행 편중 현상이 지난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통계적 분식 효과일 뿐 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대형 금융지주사의 2013년 결산실적을 종합한 결과 신한금융의 경우 카드·보험·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가 올린 당기순이익은 8,619억원으로 전체(2조2,249억원)의 38.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37.9%에 비해 0.4%포인트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K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36.4%로 1년 전(18.8%)에 비해 17.6%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우리금융 역시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이 11.0%에서 19.4%로 두 배가량 올랐고 1년 전 비은행 계열사들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하나금융은 9.6%로 흑자 전환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은행으로의 과도한 이익 편중 현상이 크게 해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은행의 이익 감소에 따른 일시적 결과일 뿐 은행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KB금융의 경우 1년간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은 1,400억원가량 늘어났지만 은행의 순이익은 이보다 다섯 배 가까운 6,450억원가량 크게 줄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200억원가량 감소한 반면 은행 순이익은 1조원 가까이 급감하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는 이상 결과를 낳았다.
지난 수년간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카드·보험사 등 계열사에 대한 이익 강화 및 해외 진출 등 수익원 다변화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 됐다.
올해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연초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비은행 부문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카드나 보험사의 영업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비은행 쪽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바닥으로 내려앉은 은행 실적이 되살아나면 은행 쏠림 현상은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대형 M&A를 시도하기에는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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