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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가 2·4분기에는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자신했다. 신3저 효과에 따른 자산시장의 봄바람과 세월호 사건으로 0.5%(전 분기 대비) 성장하는 데 그쳤던 지난해 2·4분기의 기저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걱정이었지만 조금씩 살아나는 내수 경기도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삐걱거리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돌발사태로 내수 경기까지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월호 사건이 경제에 미친 충격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가뭄으로 농심은 타들어가고 식탁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는 고사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추락의 골이 깊어지는 '상저하추(上低下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 경제부총리와 정부 관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발병 한 달 만에 메르스가 내수에 던진 충격파는 크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6월 첫째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 합계는 지난해 5월 첫째주·둘째주보다 각각 25.0%, 7.2%씩 급감했다. 업체별로 보면 메르스 사망자가 처음 발생한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5.4%, 롯데백화점은 4% 고꾸라졌다.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1일부터 15일까지 이마트(-9.1%), 홈플러스(-6.8%), 롯데마트(-7.8%) 등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역성장했다.
메르스로 외출을 꺼리면서 고속도로 통행량도 확 줄었다. 석가탄신일 휴일이 포함된 5월 넷째주 950만대로 정점을 찍었던 주말 고속도로 통행량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6월 첫째주 723만대로 고꾸라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오는 8월까지 두 달 이상 더 지속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가뭄, 경기 보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군불만 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상저하추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추경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곳에 자금을 적시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살리지 않으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재정투입의 실효성이 높은 사업을 선별해 정부가 조기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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