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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인터넷 實名制’

“주민등록번호를 꼬박꼬박 적었는데 괜히 속은 기분이 듭니다.” 정부 부처 게시판에는 실명으로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줄 알았던 김모(28ㆍ회사원)씨는 최근 무고성 글이나 욕설 등이 익명으로도 버젓이 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가명에다 주민등록번호를 잘만 조합해 적으면 정부 부처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괜히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만 노출시켰다는 후회가 들었다. 주민등록번호 확인 있으나 마나 정부 부처 등이 실명이 노출되지 않는 익명성을 이유로 남발되고 있는 무고성이나 명예훼손, 성인광고 등을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 확인제도`가 사실상 유명 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 확인제를 채택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정보통신부를 포함해 행정자치ㆍ 재정경제ㆍ보건복지ㆍ산업자원ㆍ법무ㆍ건설교통ㆍ외교통상ㆍ교육인적자원부 등 모두 9개 부처. 이들 부처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위해 네티즌을 상대로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입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를 제외한 나머지 8개 부처는 실제로는 아무렇게나 주민등록번호 조합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접속이 되고 게시판 글도 띄울 수 있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이곳 부처의 게시판에는 현재에도 익명으로 된 인신공격성 등의 글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비실명제로 돌아가자 이처럼 이들 8개 부처의 인터넷 게시판 접속 시 주민등록번호 확인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알고리즘 검증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특수 공식에 의해 주민등록번호 13자리 가운데 13번째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12개의 숫자를 조합하면 마지막 숫자의 답이 나오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12개 숫자를 임의대로 작성한 뒤 13번째 숫자를 0~9까지 번갈아 치면 그 중 하나로 입력이 가능, 손쉽게 인터넷 실명 확인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우연하게 조합해 입력한 번호와 맞을 경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임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정보통신부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실제 일치해야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회사원 서모(29)씨는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정부부처가 무늬만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느니 차라리 실명제를 폐지하고 비실명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과 정철중 사무관은 “주민등록번호를 조작해 사용할 우려가 큰 등 알고리즘 검증방식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부처와 협의를 통해 올 하반기중 행자부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일치해야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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