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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북한의 배급제 폐지

북한이 7월 들어 쌀 배급제를 폐지하고, 임금인상 및 임금의 인센티브제 도입, 기업의 독립채산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경제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치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초기단계의 정책적 모색인지, 배급제의 붕괴에 따른 임시방편적인 조치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배급제가 북한경제의 왜곡을 초래한 최대의 원흉으로 제도로서 존속할 가치를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다. 북한의 배급제는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라는 공산주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도입됐다. 보통 자본주의 경제에서 물자가 크게 부족해 시장질서가 문란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 일시적인 조치로 시행되는 것과는 배경부터가 다르다. 북한은 1952년부터 반세기 동안 배급제를 시행해 왔다. 그처럼 장구한 세월 동안 시행되면서 배급제는 사상성이 퇴색하고, 주민통제 수단으로 전락했다. 주곡의 배급으로 그치지 않고 부식과 모든 생필품의 배급제로 확대됐다.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야 할 경우 여행객은 자신이 먹을 쌀을 가지고 가야 할 정도로 제도는 왜곡됐다. 주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배급제의 기능이었다. 정부가 국민생활의 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게 됨으로써 민간의 창의를 말살시키고, 생산성의 낙후를 가져온 것이 북한의 실상이다. 만성적인 쌀 부족으로 북한의 주민들은 기아선상에 놓였다. 쌀의 배급가격은 1kg당 10~20전 이지만 구할 길이 없고, 암시장에서는 40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 다른 공산품의 부족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배급제폐지의 성공여부는 물자공급의 증대여부에 달렸다고 보이는데, 북한의 낙후한 경제사정으로 미루어 공급의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배급제를 폐지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직급에 따라 10~20배 올려 구매력을 높인다고 하나 자칫하면 가격의 폭등만 초래할 우려가 없지않다. 한가지 기대를 갖게하는 것은 라진ㆍ선봉 경제특별구역에서 배급제가 이미 5년전에 폐지돼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당국이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80년대 선전(深玔) 경제특구 등을 활용해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배급제의 폐지와 함께 노동생산성에 연동한 임금 인센티브제의 도입도 주목된다. 북한경제를 살리는 길은 생산성의 향상 뿐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들이 시장경제로 향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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