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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대기업 2차 협력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해외시장 진출을 결심한다. 내수시장에만 매여 있으면 성장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러저리 루트를 찾던 중 A사는 우연히 중소기업청이 만든 '해외 민간네트워크'를 접하게 됐다. 중기청이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선정한 현지 컨설팅·마케팅 회사들이었다. A사는 이중 캐나사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엘피알 글로벌과 손을 잡게 된다. 엘피알 글로벌이 과거 발표했던 리서치 자료를 눈여겨봤던 중기청 관계자의 추천 덕이었다.
그로부터 4년뒤 A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여원으로 두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2008년 매출액은 약 40억원이었다. 이같은 실적이 힘입어 엘피알 글로벌은 대륙별로 1개 업체에게만 주어지는 중기청 선정 프리미엄 민간네트워크에 4년 연속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처음부터 북미시장 공략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현지 공장의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장비 도입에 매우 폐쇄적이었다.
처음 바이어를 만나면 1년은 공을 들여야 판매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정설이었다. 실제로 엘피알 글로벌은 이런 OEM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서 1년 평균 5개의 전시회에 참가하는 동시에 10번이나 바이어 공장을 방문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1년간 장비를 단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미카 리 엘피알 글로벌 대표는 미안한 마음에 A사와의 계약을 포기할 결심도 했었다. 하지만 A사 대표는 엘리알사의 노력을 지켜봐온 터라 먼저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믿음에 보답할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전 세계에 200개가 넘는 공장을 보유한 업체의 바이어가 엘피알 글로벌 사이트를 보고 직접 구입 의뢰를 전해온 것.
한번 현장에서 신뢰를 얻자 새로운 계약이 잇따라 성사됐다. 특히 엘피알 글로벌의 현지 A/S 확보 및 위기 대처 능력은 현지 정착의 일등공신이었다. 현지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 A/S업체가 처리 가능한 문제인지, 아니면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할 사안인지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준 것이다.
이는 제조사인 A사의 A/S 총비용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상황 진단과 신속한 대처로 현지 공장 관계자의 불안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A사 관계자는 "위기가 발생할수록 오히려 엘피알 글로벌 사이는 물론 양사와 바이어 간의 신뢰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미카 리 엘피알 글로벌 대표는 "중기청의 정책 아이디어는 캐나다에도 이미 알려져 캐나다 중소기업 담당 공무원들이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자주 물어볼 정도"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박진용 기자 yong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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