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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레희생자추모 교훈
입력2002-07-08 00:00:00
수정
2002.07.08 00:00:00
"이 성조기는 9ㆍ11 테러 이후에 달았나봐요?"
".."
그녀가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혹시 9ㆍ11 테러로 가족이나 친인척을 잃은 것은 아닐까. 순간 괜한 질문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취재차 방문한 미국 웨스트 매니지먼트사의 마케팅 매니저와의 대화는 조금 전 만해도 미국이 한국의 도움으로 월드컵 16강에 올랐다는 이야기로 화기애애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차에 붙어있는 성조기 스티커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갑자기 썰렁해졌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의 가족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수천명의 목숨이 희생됐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며 분노의 감정을 내비쳤다.
9ㆍ11 테러가 발생한지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미국인들은 한시도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테러의 목표물이 돼 흔적도 없이 무너져내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는 'We never forget(우리는 결코 잊지 않는다)'이라고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이곳에는 지금도 애도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형 성조기를 내건 건물들과 주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얼마 전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과의 교전 사태에 우리 모두는 충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장병들의 희생에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책임자 문책론이 대두되는가 하면 전사 장병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성금 모금 캠페인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이 언제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가족 일, 내 일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쉽게 잊지는 않을는지.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이름을 빛낸 다른 편 젊은이들에 대한 열정적 기억에 비해 이들 바다위 젊은이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심상(心想)에 남아있을 지.
경제적인 배상만으로는 이들의 희생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을, 이들의 희생을 우리는 쉽게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노희영<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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