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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보폭 맞추는 국민연금

동아제약 기업분할에 제동<br>"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반대의결권 행사 결정


국민연금이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 안건에 반대 입장을 정했다. 핵심사업의 비상장화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계는 동아제약 이후 계속될 기업 의사결정에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핵심과제로 내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24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동아제약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기업분할 및 지배구조 개편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0월 말 동아제약을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와 그 아래 사업 자회사인 동아에스티로 분할하고 홀딩스 아래 비상장 법인인 동아제약을 신설해 박카스 사업과 일반 약 사업을 맡기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또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편 추진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그러나 9.5%의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지주사 전환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인 권종호 건국대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비상장사로 분리해 '폐쇄화(신설 동아제약 지분을 100% 홀딩스가 보유하고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배력이 사라진다는 의미)'하면 동아제약의 수익 창출원인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수익이 주주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동아제약 분할 안건에 제동을 걸면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보폭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중립(섀도보팅)' 의견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등 다른 요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주가치에만 중점을 둔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9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독립조직으로 새 정부의 정책에 보폭을 맞출 만한 성격의 조직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주총 의안 분석기구인 ISS가 분할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것과 달리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은 동아제약의 과거 이력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재계는 국민의 재산을 운용하는 대리인으로서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거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커질 만큼 커졌다. 특히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는 지난 2010년 말 139개사에서 지난해 말 222개사로 급증했고 9%를 넘어선 기업도 60여곳에 이른다. KB금융(8.24%), 신한지주(7.34%) 등 주요 은행은 물론 제일모직(9.8%), 포스코(5.94%) 등 주요 기업에서는 최대주주다.

반대의결권 행사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2,565건 가운데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총 436건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7.03%∙153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경총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과도한 의결권 행사로 기업의 본질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국민연금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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