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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박영훈, 너무 헤펐다

제4보(53~79)


흑53은 20분의 장고를 거친 수. 검토진은 흑이 어떤 식으로든 좌변 삭감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막상 53이 두어지자 서봉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계선수권자라서 역시 착상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구먼. 재미있는 발상이야.” 서봉수는 흑이 가로 삭감하는 수를 제시해놓고 있었다. 그것과 실전보 53은 무엇이 다른가. 서봉수의 추가 해설을 들어 보았다. “삭감하는 것이 제일감이긴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삭감하러 간 돌들이 곤마로 몰릴 염려가 있다. 실전보 53이면 백도 나에 받아주긴 싫으니까 54에 끊게 된다. 박영훈이 이 방면에서 흑의 외세를 마련해 가지고 우변의 백을 공격할 예정이다.” 구리도 15분의 시간을 쓰고 나서 56으로 두었다. 얼핏 보기에는 아주 이상한 행마였다. 그러나 서봉수는 이 수를 칭찬했다. “비튼 수순. 썩 괜찮다.” 정공법으로 싸운다면 참고도1의 백1이하 14인데 이것은 흑이 바라는 그림이라는 설명이었다. 백58은 미리 읽어둔 수. 참고도2의 흑1로 이어주면 백2로 건너붙여 강하게 싸울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강수를 당한 박영훈은 흑59, 61을 선수로 두었는데 이 수순들은 자충의 악수였다. 흑65는 우변 백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수였으나 헤픈 착상이었다. 상변이 백의 확정지가 되어 백이 성공한 모습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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