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에 실질 소득도 거의 제자리 . 지출은 6% 급증.. 우리나라 가구의 10곳 가운데 3곳은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적자가구 비중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물가 급등 등의 여파로 실질소득도 제자리걸음이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3ㆍ4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의 가구 가운데 적자가구의 비율은 28.2%로 지난해 3ㆍ4분기보다 1.3%포인트 늘면서 3ㆍ4분기 기준으로 지난 2005년(28.3%)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20%)는 59.3%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늘면서 역시 6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이들 저소득층은 10가구 가운데 6가구는 적자 가계부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2분위(31.8%)와 3분위(22.5%)도 지난해 3ㆍ4분기보다 각각 3.6%포인트, 1.8%포인트 늘었다. 반면 4분위(17.7%)와 5분위(9.5%)는 0.2%포인트, 0.1%포인트 하락했다. 물가상승, 전셋값 급등, 취업난 등으로 중산층 이하 가구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는 셈이다. 또 명목소득은 월평균 38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다. 8분기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불과 1.6%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4ㆍ4분기 -1.2%, 올 1ㆍ4분기 -0.9% 등 오히려 줄다가 2ㆍ4분기에도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물가상승에 따라 명목소득 증가율과 실질소득 증가율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3.6%포인트에서 1ㆍ4분기 4.4%포인트, 2ㆍ4분기 4.2%포인트, 3ㆍ4분기 4.9%포인트 등으로 확대됐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지출은 319만원으로 6.2% 늘었다. 12대 품목별로 보면 교통, 의류ㆍ신발, 식품ㆍ비주류음료 등의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물가 급등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교통 지출은 12.6% 늘면서 12대 품목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지출은 36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7.0% 늘었다. 특히 말린 고추, 소금, 된장 등 양념에 쓰이는 조미식품의 지출이 65.1%나 급증했다. 반면 주류ㆍ담배(0.9%),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1.2%), 교육(1.0%) 등은 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크게 낮았다. 교육비 지출은 35만1,300원으로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지출보다 더 적어지면서 1년 만에 지출 비중이 역전됐다.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비마저 줄이고 있는 것이다. 올 3ㆍ4분기에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15만1,000원으로 6.3%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월평균 70만8,000원으로 7.7% 늘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인 평균소비성향은 77.5%로 0.3%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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