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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집중 문제 해소 위해 자본시장 역할 강화해야"

자본시장법 토론회<br>신보성 자본시장硏 박사 '투자은행 활성화'<br>혁신기업에 모험자본 공급 위해 자본력 있는 투자은행 육성 필요<br>대형사 과점체제 토대 마련되면 수익모델 차별화·전문성 높일 것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신인석(오른쪽부터) 중앙대 교수와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부사장,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최운열 서강대 교수,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김화진 서울대 교수,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이 개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정책토론회' 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기능이 취약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 구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커져야 합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사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과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경제력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산업에 자금을 적시에 제공하는 자본시장의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본시장과 은행은 금융을 담당하는 두 축으로 꼽힌다. 이 중 은행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이나 담보가 충분한 기업에만 대출하려는 경향이 강해 신생기업이나 이익변동성이 큰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 받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반면 주식매입을 통해 자금을 제공하는 자본시장은 앞으로의 기업가치를 주로 보기 때문에 현재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담보가 불충분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신 박사는 "은행에 의한 자금조달이 지배적일 경우 기존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고착화되고 국가경제의 활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실패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공할 경우 보상이 큰 신생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하는 나라에서는 신생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짧고 경제력 집중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박사는 "지난 30년간 자본시장 중심의 국가에서는 신규기업이 상위 10대 기업의 63%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40%에 불과했다"며 "경제력 집중도에서도 자본시장 중심 국가는 4.1배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의 집중도는 13.7배로 3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이러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신생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을 통해 자본력이 있는 대형 투자은행(IB)을 출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우리나라처럼 자본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증권회사가 직접 위험을 떠안고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려면 충분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영세한 자본력으로 단순 매매 중개 업무에 치중하고 있고 위험인수 역량도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업과 투자은행 간 거래 지속률이 미국은 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5.8%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60여개 증권사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격 경쟁에 치중하는 산업구조 역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증권사가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신 박사는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증권사의 부재로 국내 증권산업 전체가 하향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가격을 유일한 경쟁수단으로 삼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 자문 등 고부가가치 업무는 해외 IB에 내주고 기업공개(IPO), 회사채인수 업무 수수료율은 미국의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위험인수 역량을 갖춘 대형사들이 과점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 산업 전반에 자금 공급이 원활해지는 한편 증권산업 내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수익모델을 차별화하며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박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에 자본력 확충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 기업여신 업무 등 일부 신규업무를 배타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정안 시행을 통해 자본시장의 수요ㆍ공급 기반을 확대하면 국가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증권산업 측면에서도 위험인수 역량을 갖춘 대형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중소형사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무분별한 자기자본 투자가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IB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국내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신 박사의 주장이다. 신 박사는 "기업금융 업무도 단순 중개방식에 그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평균 레버리지도 467%에 불과해 3,000%를 초과하는 해외 IB와는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는 IB에 대한 규제강화가 아닌 활성화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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