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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쇼크'에 글로벌 유동성 썰물

아시아 증시 '급락 도미노'<br>日 닛케이 지수 4개월만에 1만1,000이하로<br>국내 증시 6월이후 IT주 중심 회복전망 불구<br>당장 한두달 버틸 호재없어 추가하락 불가피


18일 한국ㆍ일본 등 아시아 주식시장의 동반급락은 미국의 소프트 패치(경기 상승기의 일시적 둔화국면)로 세계경제 회복기대가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원유 등 국제상품시장과 이머징 마켓에 투입됐던 국제 헤지펀드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을 속속 빠져나가고 있어 충격을 완화해줄 ‘방어벽’이 사라져 충격이 고스란히 시장에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의 경우 내수회복 기대가 살아 있지만 선진국 경제가 흔들리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높다. 일본도 10년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가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일, 중-일 마찰까지 겹쳐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증시가 적어도 2ㆍ4분기 중에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최선은 아니지만 지수가 적정한 선에서 조정을 받고 버티면서 하반기의 기업 실적개선 및 경제회복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쇼크에 아시아 동반폭락=경기둔화 우려와 기업실적 부진 등의 악재로 미국증시가 지난주 말 급락한 데 따른 후폭풍이 아시아 시장에 밀어닥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3.80%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하며 4개월래 처음으로 1만1,000 이하로 추락했다. 일본 증시는 미국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중국의 반일문제가 겹쳤다. 중국의 경우 일본의 최대 교역파트너로 양국간 수입ㆍ수출 규모는 연간 2,600억달러에 달한다. 대만 시장도 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1.95%, AU옵트로닉스가 4.49%, 윈본드가 7% 등 IT주가 폭락했다.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전후해 한발 앞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도 미국발 쇼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3.15%, 하이닉스가 4.62% 등 한국의 대표 IT주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증시 급락은 기업의 실적에 대한 실망보다는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으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4~5월 이후 급등했던 유가가 8~10개월 뒤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경기지표들이 일제히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며 “덩달아 국내기업의 실적마저 좋지 않으면서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머징 마켓 글로벌 유동성 ‘썰물’=‘고위험 고수익’의 이머징 마켓 주식시장을 선호하던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의 금리인상 및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이머징 마켓을 점차 등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이머징마켓지수의 대만 비중확대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유출이 우려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가 감소할 경우 한국의 자동차ㆍIT 등 수출 관련주의 모멘텀이 훼손될 수 있으며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국인들이 추가적인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무경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난 3월 국내증시에서 2조원을 순매도, MSCI의 대만 비중확대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했을 수도 있지만 이 기간 대만에서도 4억달러를 순매도했기 때문에 신흥증시의 리스크를 감안한 일부 비중축소 과정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대만의 MSCI 비중확대와 관련해 외국인이 추가적으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2개월 버텨줄 중간계투가 없다”=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철강 등 소재주와 금융을 중심으로 한 내수주가 지난해부터 시장을 견인, 악재를 극복해왔지만 체력이 다한 꼴이다. 6월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지만 1~2개월을 버텨줄 중간계투가 없는 상황이다. 소재ㆍ내수주의 뒤를 이을 IT주의 실적이 6월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내수주가 장을 견인할 체력이 소진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는 있으나 소비자기대지수가 급등할 정도로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단 관망할 때”라고 대체로 지적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돼 있는 만큼 국내주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또 장을 견인할 호재도 없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 추세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기 대세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라며 “현재 120일선이 917포인트인 만큼 920선을 전후로 한 지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기존의 펀더멘털 기대감이 많이 약화된 만큼 일단 주가는 추가로 900선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그러나 6월 정도 되면 미국이 더이상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시그널이 포착될 경우 재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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