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늘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임기 첫해를 넘기기도 전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복지공약을 임기 내 수행하되 전면적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사실 불가피하다.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5년간 60조원에 육박(공약가계부 기준)하는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세수확보는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나랏빚을 더 내기도 쉽지 않다. 이미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보편적 복지'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을 깨고 정말로 복지가 필요하다면 증세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정면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4일 기획재정부와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국가채무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연간 이자비용이 올해 처음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6년 11조4,000억원에서 7년여 만에 두배 가까이까지 급증한 것이다. 국민 1인당 40만4,000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 강행은 '재정부족→국채발행으로 자금조달→국가채무 증가→이자비용 급증→재정부족'이라는 악순환의 질곡을 의미한다. 나라살림을 논의하는 재정정책자문위원회 소속 민간위원은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려면 부채를 늘려 비용을 충당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일본과 같은 재정위기를 자초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고언했다.
그렇다고 현정부가 공약한 복지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정부의 복지공약은 우리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보이므로 추진은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함을 국민에게 밝히고 납세자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도록 당위성을 확보하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며 조세형평성 확충과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선결조건으로 들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지방선거 때문에 사실상 증세가 쉽지 않고 2016년부터 증세를 하기에는 너무 늦다"며 "임기 중반기인 2015년에는 증세를 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전략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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