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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성 1兆펀드 "유일한 희망"
입력2004-07-19 17:11:24
수정
2004.07.19 17:11:24
■벤처 캐피털 고사위기<br>거품붕괴로 '안 좋은 기억' 기관 투자기피<br>불황 길어지자 취소·연기사례도 줄이어
“벤처거품 붕괴의 쓰라린 경험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라는 한 대형 벤처캐피털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은행 등 기관에 벤처투자를 권유하면 “이제 겨우 벤처투자 손실금을 상각처리했는데 다시 벤처에 투자하라니요…”라며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그는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벤처투자를 ‘사기’와 비슷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만 쳐다보는 벤처캐피털 업계=요즘 벤처캐피털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종합대책 중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투자펀드 조성 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자금모집이나 투자가 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나마 정부의 1조원 펀드 조성 발표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벤처투자조합에 투자된 정부자금 6,000억원과 추가출자금 4,000억원으로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 중소ㆍ벤처기업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벤처투자조합의 만기가 5년이기 때문에 1조원을 연간으로 보면 매년 약 2,000억원 정도가 투자되는 셈이다. 정부 돈 1,000억원이 펀드에 투자되면 이를 종잣돈(시드머니)으로 해서 민간으로부터도 자금을 모아 일반적으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다. 이를 감안할 때 매년 2,000억원의 정부 돈이 투자되면 6,000억~8,000억원 정도의 중소기업ㆍ벤처 투자재원이 생길 것으로 벤처캐피털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부의 지원책이 자칫 벤처캐피털의 자생력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 5월 이후 더욱 냉각=지난해 하순부터 올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의 상승기대를 바탕으로 벤처캐피털 시장에도 봄바람이 부는 듯했다. 내수가 어렵긴 하지만 하반기 이후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컸고 수출 역시 ITㆍ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해 IT와 관련이 많은 창투업계에 밝은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코스닥지수가 4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벤처캐피털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삼성전자를 선두로 휴대폰ㆍPDPㆍ반도체 등 믿었던 IT업종마저 하락국면이 뚜렷해지고 하반기 이후에도 내수회복이 어렵다는 장기불황론이 힘을 얻자 “이제는 믿을 구석이 없다”는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결정했던 투자마저 취소하거나 미루는 이례적인 사례가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형 벤처캐피털의 경우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창업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후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리스크가 많은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보다 기대수익이 적더라도 위험이 덜한 검증된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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