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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공직자 조의금' 재량에 맡겨라
입력1999-06-29 00:00:00
수정
1999.06.29 00:00:00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며 선(善)의 원천이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牧民)할 수 있는 자는 없다.』조선시대 실용주의 학자로 유명한 정약용(丁若鏞)선생이 목민심서(牧民心書) 율기(律己)6조 청심(淸心)장에서 밝힌 주장이다.
여기서 언급한 목민관은 지금같으면 아마 4급이상 고위공직자를 의미할 것이다. 丁선생은 또 『뇌물수수는 누구나 비밀리에 하지만 한밤중에 행한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뇌물은 대가성이기 때문에 뇌물제공자가 불리할 경우 뇌물을 받는 사람을 여러가지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丁선생은 『목민관은 생일때 여러 아전과 군교 등이 성찬을 배푼다해도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목민관에게 이처럼 엄격한 지침을 제시한 丁선생은 그러나 애사(哀事)에는 상당한 융통성을 보였다. 그는 애민(愛民)6조 애상(哀喪)장에서 『상을 당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고 보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중 유독 경조사때 부조금 건에 대한 공무원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있다.
정부는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각급 기관의 과장이상 공무원의 경우 축·조의금을 일절 받지못하도록 규정했으며 중·하위직 공무원도 3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8일 이와관련, 중견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일생 부조를 했다. 여러분 마음 이해할 수 있다. 미풍양속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과 민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때문에 미풍이 큰 폐단이 됐다. 딱하지만 한번 결심해서 타파할 수 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생계비도 안되는 월급으로 뭘 준수하며 살라는 것이냐』며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들은 전통관습인 경조사비 문제를 일률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고위공직자들도 애사의 경우 조의금 금지 조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론 경사는 예고된 즐거운 행사인 만큼 어느정도 결심하면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슬픈 일」을 당한 공직자에게 뇌물수수 운운하면서 일방적으로 조의금 접수를 금지한 것은 무리다. 특히 일생에 몇번 당하지않는 상주에게 품앗이 성격으로 주고받아온 조의금을 뇌물과 관련시킨 행정자치부 발상에 대해 대다수 공직자들이 분노하고있다.
정상적인 공무원이라면 설령 상가에서 뇌물형태로 과도한 조의금을 받았다고해도 이를 묵인하고 특정인에게 이권을 챙겨주겠는가. 주민봉사보다 출세욕에 사로잡힌 공직자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공무원들에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지나치게 요구할 경우 엉뚱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무원친구에게 그동안 부조금을 받았는데 공무원 애경사를 모른채 하고 지나갈 수 있겠는가. 그럼 따로 만나 「인사」할 경우 심적·물적 부담이 더욱 커진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부조금 접수 단속이 쉽지않다. 가령 상가에서 조의금을 받으면서 문상객들에게 일일이 『공무원에게 주는 조의금입니까』, 『3만원을 초과하지는 않았습니까』라고 체크하는 단속공무원들을 전국 상가마다 배치해야 한다. 또 이를 어기면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 지 의문이다.
국민의 정부가 진정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동참하기를 바란다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부조금 접수 제한을 철회한 대신 각종 인·허가 사항에 대한 이권불개입을 실천토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黃仁善정경부차장 IS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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