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에서 또 한편의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번 주인공은 14년 전에 프로가 됐지만 2부 투어를 전전하다가 경비가 없어 피자를 구워 팔고 신문을 배달했던 팀 페트로빅(39ㆍ미국). 그는 2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루이지애나TPC(파72ㆍ7,520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총상금 55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99만 달러. 전날 공동 5위였던 페트로빅은 마지막 홀에서 6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덕에 이날만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를 보탰다.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신예인 제임스 드리스콜과 공동선두가 된 그는 파5의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에서 3온 2퍼트로 파를 기록, 3퍼트로 보기에 그친 드리스콜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페트로빅은 “우승 퍼팅 때 볼이 굴러가는 데 딤플 하나하나가 다 눈에 들어왔다”며 “2m남짓했던 그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데 한 12분쯤은 걸린 것 같다”고 숨 막혔던 순간을 회고했다. 그가 우승 순간을 길게 느꼈던 것은 그만큼 그 동안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 80년대 후반 하트포트대학에서 제리 켈리 등과 함께 선수생활을 할 때만 해도 촉망 받았던 그는 88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계속 내리막 길만 걸었다. 89년 정규 투어 1개 대회에서 2,569달러를 번 뒤 90년부터 92년까지 한 해 2개씩 6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한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한 채 경비만 날렸다. 93년 2부 투어 13개 대회에서 번 돈도 3,066달러뿐. 결국 페트로빅은 선수 생활을 접고 피자를 만들어 팔고 신문을 배달했다. “말이 피자 만드는 일이었지 바닥 청소하고 접시 닦는 막 일이었다”는 것이 그의 말. 5년을 그렇게 살던 페트로빅은 친구 아버지의 도움으로 99년 2부 투어에 다시 등장했고 2002년 정규 투어 카드를 얻었다. 피자를 만들며 절치부심한 덕인지 그는 2002년 상금랭킹 86위, 2003년 36위, 지난해 65위로 계속 카드를 지켰고 결국 올해 우승 고지까지 올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을 입증했다. 한편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에 나섰던 크리스 디마르코는 우승에 대한 부담에 눌려 내내 퍼트 부진에 시달린 끝에 이븐파 72타로 경기를 마치며 합계 12언더파를 기록, 단 1타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3위가 됐다. 역시 이븐파를 친 비제이 싱은 합계 5언더파로 공동 21위에 그쳤고 위창수(33ㆍ테일러메이드)는 이날 2타를 잃어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68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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