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환율전쟁이 위안화 가치 하락세로 다시 발발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월부터 이어진 중국의 위안화 절하 흐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중국 인민은행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하 개입에 나섰다며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아시아 환율전쟁으로 불씨가 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중국의 현 경제적 상황과 정책 방향을 고려해봤을 때 위안화는 다시 절상 추세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의 첫 번째 근거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들 수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중국 정부의 주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 글로벌 무역의 20%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지난해 글로벌 신용장 시장에서도 유로화를 제치고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가 됐다. 지난 2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위안화는 달러화·유로화·파운드화·엔화·캐나다달러화·호주달러화에 이어 글로벌 결제통화순위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결제통화 8위에서 3개월 만에 한 단계 상승한 수치다.
달러화와 유로화의 사례를 봤을 때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위안화의 국제 준비 통화로의 도약은 더욱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는 19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설립과 함께 국제통화로 정착해 15년 만에 국제 거래에서 영국 파운드화를 제치고 결제통화가 됐다. 1999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유로화는 지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널리 사용되는 통화이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 준비 통화화는 이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두 번째로 중국의 무역 및 자본수지 흑자의 증가 역시 위안화 절상 압력을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 10일 중국 정부는 중국의 3월 무역 흑자가 77억 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4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이머징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외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중국의 경우 무역 흑자 기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중국의 높은 외환보유액은 통화 절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2월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일정 정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해 2014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7.4%에서 7.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최근 경제 둔화세는 경제 시스템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고 특정 섹터의 신용 팽창을 제어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기인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금융 개혁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서이고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정책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훨씬 나은 경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최근 상황을 중국 경제 시스템의 위험으로 보거나 위안화의 약세 반전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금융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한 중국의 경제발전은 정체되지 않고 가속화될 수 있다.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당분간 1~3% 범위에서 점진적 절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추세는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