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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디플레 경고] 그린스펀 “이젠 디플레와의 전쟁”
입력2003-05-07 00:00:00
수정
2003.05.07 00:00:00
17년 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장기집권하는 동안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던 그가 미국 경제의 슬럼프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형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그린스펀 의장으로서는 처음이며, FRB 사상으로도 40년만의 일이다.
FRB는 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발표문에서 디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인플레이션 하락`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미국 경제는 아직 디플레이션 상태에 돌입하지 않았다.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2001년초 2.5%에서 서서히 하락하다가 최근 6개월 사이에 1.0%로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즉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상태이지만, FRB는 최근의 급격한 추세로 볼 때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10년 이상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은 초기 5년 동안에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겪은 후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일본 경제에는 어떠한 경기 부양 조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윌리엄 맥도너 뉴욕 총재를 비롯해 비관론자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디플레이션의 싹이 보일 때 사전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위험하며, 인플레이션이 0%로 떨어질 경우 금융시스템에 쇼크 현상이 나타나거나 경기 침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FRB에서 지난해 여름 미국의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나는 결과를 일본의 디플레이션에 비교한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돌린 적이 있다. 이에 동조자들이 많이 생겼으며, 그린스펀 의장은 이에 대한 견해를 보류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으며, 이날 FOMC 발표문에서 공식적으로 FRB의 정책 기조로 채택한 것이다.
미국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거시정책 방향은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을 풀어내고, 달러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해외 물가 요인을 수입하는 방법 등 두가지로 예측된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하지 못할 경우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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