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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은행 "운용비율 규제하다니…" 볼멘소리

●계속되는 퇴직연금 파열음<br>예치금 50%만 운용 의무화<br>"증시 부양 위한 무리수" 반발<br>당국선 "은행 이기주의" 맞서


최근 퇴직연금으로 은행에 예치된 자금의 최대 50%까지만 해당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도록 의무화한 퇴직연금 감독규정 변경 예고안이 나오면서 은행과 금융 당국 간에 파열음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자금운용 지시권을 갖고 있는 퇴직연금 가입 고객이 퇴직연금을 가입한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하기를 원할 경우 은행들이 이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감독규정에서는 은행들이 한도규정을 위반한 고객의 운용지시에 대해서는 거부하도록 의무화시켜다. 애초에 실효성 논란을 잠재운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퇴직연금으로 예치된 자금의 50%를 다른 은행의 예금에 넣거나 펀드 등에 투입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으로 유치 가능한 자금 젖줄 일부가 막히게 돼 이대로 감독규정이 확정되면 영업 타격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은행들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퇴직연금가입자의 우선지시권'을 인정했는데 하위법인 시행령 감독규정에서 이를 거부하도록 한 것은 법적인 하자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 간 치열한 법리 논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중순까지 이번 감독규정 변경예고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별다른 사유가 없을 경우 내년 2ㆍ4분기 신규계약자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자사상품운용비율 의무화에 은행 강력 반발=은행들은 이번 규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 지분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성이 가장 중시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정기예금 위주의 자금 운용이 당연함에도 금융위가 증시 부양을 염두에 두고 이번 규제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 입장은 단호하다. 은행들의 자사 예금 운용 비중을 줄인 것이 외려 안정성을 높인다는 논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펀드 등에 자금이 흘러가게 할 목적으로 이번 규제를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 수급권"이라며 "기존대로 은행이 퇴직연금 자금을 자사 정기예금에 몰아넣을 경우 은행이 파산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객 자금이 걱정되면 자사 정기 예금상품에 50%를 놓고 다른 은행 상품에 50%를 넣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은행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위법에서 상위법과 배치되는 규제를 만든 것은 법 위반이며 퇴직연금 등 신탁재산은 강제집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파산돼도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급권은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관리 창구로는 은행의 신탁계정보다 보험사의 특별계정이 더 위험하다"며 "변호사를 통해 감독규정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무리수 vs 은행의 이기주의=은행들은 법령해석권한을 가진 법제처가 예금 등 안전자산의 운용 한도까지 설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관련 규제를 삭제할 것을 금융위에 요구했지만 금융위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더 나가 금융위와 법제처의 견해가 다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금융위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은행의 판단이 녹아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법제처에 우리의 견해를 제시했을 뿐이며 양측간 갈등 은 없다는 반응이다.

보험사와 증권사는 자사 상품 비율 규제가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증권사는 자사 상품 운용비율이 30%에 불과하고 보험사는 상품 운용 특성상 해당되지 않는 얘기"라며 "은행들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양측의 이견이 팽팽함에 따라 감독규정 변경예고안을 둘러싼 논란은 의견 수렴 기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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