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본격화되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놓고 미국에만 문호를 열지, 아니면 다른 국가에도 확대할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FTA는 기본적으로 양자간 협상이지만 서비스 분야의 경우 법안 개정 과정에서 정부의 판단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똑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미 FTA 협상에서 법률ㆍ회계시장의 단계적 개방을 약속했는데 그에 맞춰 우리가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과실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다른 국가에 줘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한미 FTA 서비스 협상이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는 데 대해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양자 협상도 과실은 다자가 될 수 있다=FTA에 따라 관세인하는 해당 국가에만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서비스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외국인 사무실 개설 금지, 지분제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혜택 범위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까지 넓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면서 미국에만 혜택을 줄 것인지, 다른 나라에도 부여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문호를 열기 위한 서비스 관련 법 개정시 특정(미국) 국가가 아닌 전국가에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 타결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련할 때 이 같은 사안을 본격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한미 FTA 서비스시장 타결 내용을 기초로 법 개정 여부 등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토대로 해당 부처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분야별로 한미 FTA에 따른 수혜를 다른 국가에도 부여할지 여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법률ㆍ회계시장 개방 등 적용될 듯=한미 FTA 협상을 통해 단계적 개방을 약속한 법률시장의 경우 그 혜택이 우리와 FTA를 체결한 다른 국가에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만 특정하지 말고 우리와 법률시장에 대해 포괄적 개방에 합의한 국가에 혜택을 주자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뿐 아니라 우리와 이미 FTA를 맺은 칠레ㆍ싱가포르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도 한미 FTA에 따른 법률시장 단계적 개방 수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회계시장 개방도 이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미 FTA 틀에서 합의한 회계시장 개방은 원칙적으로 미국에만 문호를 여는 것이지만 이는 정부의 판단 사안”이라며 “아마도 법률시장 개방과 흐름을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부처의 경우 법 개정을 하더라도 미국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 향후 관련 부처 논의과정에서의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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