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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슈뢰더 독일총리 `아직도 시간은 있다' 출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제시하는 제3의 길을 읽을 수 있는 「아직도 시간은 있다」가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번역으로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됐다.전유럽적 차원에서 진행된 좌파정부로의 정권교체의 핵심에 해당되는 슈뢰더 독일총리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형이 아닌 이른바 「유럽형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제3의 길로 제시되고 있는 독일 모델은 도식적인 평등과 허구적인 자유를 동시에 극복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평등에는 탄력을, 자유에는 구체적인 실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신자유자유가 맹위를 떨침에 따라 그 효용성이 곳곳에서 의심받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적 이상을 버려서는 안되며 오직 일반 대중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서만 우리의 미래가 밝게 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슈뢰더 총리가 독일 각계각층에게 보낸 26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21세기는 새로운 진보의 세기임을 예고해준다. 『우리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참여민주주의형 사회원리에 기초하고 있지, 포기윤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 경제가 성공한 이유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것을 「라인형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동아시아형 모델과 구별하기 위해서지요. 동아시아의 저 「호랑이 경제」는 별로 민주적이지 못한 강력한 국가가 노동대중에게 그들이 이룩한 번영에서 차지해야 할 정당한 몫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근거하고 있습니다…<중략>…이들(노동자)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이들을 일방적으로 회사일에만 묶어 두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에서나 사회에서나 참여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개념이라는 이유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적 이성의 명령입니다.』 다소 길게 인용한 이 내용은 총리가 독일경영자총협회 회장 디터 훈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슈뢰더는 기업가들에게 노동자가 기업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열어 놓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한 그는 한 사회 초년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연금제도에 관해 말할 때, 「너무 많은 수의 노인」을 운운하거나 「노인을 짐」으로 여기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당신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생을 마치시는 그날까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부담」이 아니라 우리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일이다』고 말한다. 복지제도를 터부시해 전사회를 무차별적인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또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이란 언제나 국민들에게서 빌려온 권력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권력을 오용하는 자는 절도범과 같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 자는 국민의 주권, 즉 남의 소유물을 황령한 것이니까요. 저는 족벌경제나 특권의 남용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슈뢰더는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통해 새 밀레니엄 시대를 인간중심의 이념으로 무장해 맞이해야 함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사회적 평등과 자유의 지속적인 확산을 꿈꾸는 슈뢰더의 정치철학은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대안의 하나로 인식될만 하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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