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당초 재무개선 계획 대신 현대그룹 측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은 현재 대기업 및 사모펀드 등 예비 투자자를 접촉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택배를 보유한 국내 2위의 물류회사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의 대표적 알짜 계열사다. 현재 현정은 회장 13.5%, 현대상선 47.7%, 현대글로벌 24.4% 등 현대그룹 측이 총 85.6%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측은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애초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이 아닌 IPO를 추진하기로 했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그룹 자구계획의 일부로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과 함께 현대로지스틱스 상장을 통해 총 3,200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당초 매각하기로 한 금융 3사가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재무개선 작업이 난항을 겪어왔다. 현대그룹은 이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아 IPO보다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매각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할 경우 후폭풍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그룹의 주요 현금원이 사라지게 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매년 2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계열사다.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로 지분이 외부에 넘어갈 경우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이에 따라 경영권 행사에 관심이 없는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나 매각대금을 이용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되사는 방안, 분할을 통해 순수 사업법인만 매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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