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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경의선', '세번째 시선'. 일반엔 낯설겠지만 지난 10월 20일 폐막한 부산 영화제에 관심을 가졌던 영화팬들에겐 귀가 솔깃해 질만한 영화 제목들이다. 모두 부산 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화제를 모은 영화들. 부산국제영화제ㆍ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등 국내 대표 영화제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중량급 영화제로 자리잡으면서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지 않거나 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의 주요 홍보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영화들은 영화제에서의 관심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을 도모하거나 극장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영화제에서의 주목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수혜의 대표적 사례는 '후회하지 않아'다. 올 부산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출품돼 남성간의 농도 깊은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은 퀴어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오는 16일 전국에 걸쳐 개봉된다. 이한, 이영훈 등 스타급 배우 한명 없이 극장 개봉을 하고, 언론의 주목을 끄는 것은 모두 부산 영화제에서의 두드러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후회하지않아'는 부산영화제에서 있었던 호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배급사인 포르티시모에 해외배급판권까지 판매하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제작비 대비 순익은 우리가 '괴물'보다 높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일 정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영화 '세번째 시선'는 23일 개봉된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참여해 화제가 됐던 작품. 하지만 사회적 차별을 화면에 담아낸다는 무거운 주제 의식에 스타급 배우들도 출연하지 않아 흥행이 불투명했던 작품이다. 이밖에도 남녀의 불륜을 유머스런 시각에 담아낸 김태식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박흥식 감독이 상처입은 두 남녀의 여정을 박흥식 감독이 풀어낸 '경의선',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경쾌한 시선에 담아낸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역시 내년 초 스크린에 올려질 계획이다. 한편 '폭력서클'과 '열혈남아' 등 상업영화들도 부산영화제에서의 관객의 주목이 흥행에 큰 힘이 됐다. 박기형 감독의 '폭력서클'은 정경호, 김태성, 장희진, 연제욱 등 신인급들만 출연하는 영화임에도 "강도 높은 폭력신 위에 폭력의 허상을 담은 성찰이 뛰어나다"는 영화제 당시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9일 개봉하는 신인감독 이정범의 '열혈남아' 역시 부산영화제에서의 호평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영화제를 발판으로 극장 개봉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데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영화제와 독립영화계 모두 상생하는 길"이라며 반기고 있다. 영화제 측으로서는 좀더 다양한 시도를 담은 한국 영화들을 유치할 수 있으며 독립영화 제작사 쪽에서는 영화제를 통해 극장측과 언론의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한 독립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독립영화들이 영화제의 입맛에 맞춰 영화를 만드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극장조차 잡을 수 없는 독립영화의 현실에 비쳐 영화제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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