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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문화의 땅’에 심는 창작의 씨앗
입력2003-02-28 00:00:00
수정
2003.02.28 00:00:00
얼마 전 제2회 국제 문화전문가단체 파리 총회 개막 축하 연설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문화는 무역에 굴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문화에 대해 다른 나라에 시장 개방을 요청하지도 말고 요청 받지도 말자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문화 강대국에 의해서 지구촌 문화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자본가들은 저작료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온통 저작료를 지불하는 사람들뿐이다. 외국의 음반, 영화, 뮤지컬, 게임, 에니메이션 등을 수입하여 돈을 벌고 그 대신 엄청난 액수의 저작료를 지불한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국의 문화자본들은 직접 돈을 쓸어가기 위해 문화시장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없애라고 집요하게 우리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문화전쟁의 세기에 문화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창조력의 깊이와 넓이다. 하나의 창작품은 식물의 씨앗과 같다. 육성의 결과에 따라 그 부가가치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토종 들꽃의 씨앗을 많이 보유해야 전 세계의 원예 사업에서 싸워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창작의 씨앗을 많이 보유해야 한 민족의 문화 경쟁력은 커나갈 수 있고,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문화 산업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람쥐의 생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다람쥐는 가을에 밤, 호두, 도토리 같은 먹거리를 따서 여기저기 땅 속 깊숙이 묻어 둔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람쥐가 건망증이 심해서 묻어 둔 곳을 잘 잊어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씨가 눈이 터서 나무로 자라는데 그 나무가 결국은 후손들을 위한 먹이를 제공하게 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창조적 건망증 아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문화의 숲에서 씨앗을 따다가 땅속에 묻고 있다. 지금 당장은 우리의 먹이가 안되더라도 우리가 여기저기 심어 놓은 씨앗이 어느 곳에서 눈을 터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풍요를 물려줄지 알 수 없기에 오늘도 척박한 문화의 토지 위에 창작의 씨앗을 뿌리는 고된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소중한 분들에게 새 봄의 선물로 아놀드 토인비의 멋진 말을 선사하고 싶다. “창조하는 힘의 신성한 섬광은 아직도 우리 안에 살아 빛나고 있다.”
<김명곤(국립극장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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