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유통업체에 크기와 용량을 줄인 소용량 식품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 동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표준 이상의 대용량 제품에 주력해왔던 할인점은 최근 저출산 추세로 가구당 식구수가 감소하자 제조업체와 손잡고 소용량 제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소가구를 공략하는 동시에 비싸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빅3 업체가 뭉쳐 공동 제품을 내놓는 등 ‘실속형 저용량’ 상품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할인점, 대용량에서 소용량으로 U턴=고객의 구매 편의와 최고 10%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으로 지난 97년부터 등장한 대용량 제품은 할인점의 전매특허. 하지만 최근 한자녀 및 무자녀 가정, 싱글 가정 등이 급증하면서 할인점마다 저용량 전용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식용류가 대표적. 요새 식용유 시장에서 표준인 1.8L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백설식용유 1.7L짜리만 선보이고 있고, 홈플러스에서는 올리브유 1L와 500ml 제품이 일반화됐다. 옥수수유나 콩식용유도 900ml나 500ml짜리 제품이 인기. 이마트가 판매중인 커피믹스도 마찬가지. 50개입이 표준량인 테이스터스 초이스 모카커피와 쟈뎅 모카커피를 40개입으로 줄여 내놓은 것. 고객 반응도 좋아 커피믹스 매출이 평균 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30개입이 표준인 궁중한차, 생강한차 등도 25개입으로 줄였다. 또 홈플러스에서는 CJ의 210g짜리 햇반에 이어 130g짜리 소용량 햇반을 출시했고, 420g과 275g 일색이던 두부를 두개 포장으로 나눈 360g짜리 풀무원 투컵 두부를 선보여 인기몰이중이다. 허정대 이마트 가공팀 과장은 “소가구층을 겨냥한 소용량 식품은 할인점의 큰 트렌드”라며 “지속적으로 저용량화를 통한 상품 차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소용량 제품만이 살 길=편의점의 소용량 제품에 대한 열의는 할인점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는 GS25,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 등 상위 3사가 치열한 경쟁구도속에서도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제품 개발에 나선 것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3사는 지난 가을 손잡고 공동으로 ‘편의점 전용 소용량 상품’을 내놨다. 단일업체가 제조사에 특정 패키지 생산을 요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아래 연합전선을 구축해 살 길을 모색한 것. 3사의 편의점 수는 약 6,000개. 양을 줄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지난해 9월말부터 이 달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선보인 식품류는 음료 9종, 과자 20종, 빵 10종 등 총 39개다. 음료는 칠성사이다를 비롯해 델몬트스카시 오렌지, 썬키스트 후레쉬포도, 제주감귤, 보성녹차, 알로에농장 등 기존 1.5L용량을 1L로 줄여 내놨고, 과자류는 6~12개입으로 구성된 제품을 2~4개입으로 포장단위를 축소했다. 예컨대 12개들이 오리온제과의 초코파이의 경우 4개들이로, 6개들이 롯데제과의 카스타드는 2개들이로 줄였다. 가격인하 효과로 판매도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초코파이 4입은 출시 직후 2만8,000개였던 한달 판매량이 지금은 4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허연수 GS25 상품부문 상무는 “편의점 3사는 매년 50여종 이상의 소용량 전용 상품을 공동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현재 소용량 커피믹스류, 미니 패키지 햄소시지류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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