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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비공식 접촉 속 팀 쿡도 입장변화… 특허전쟁 종지부 찍나

美법원, 삼성·애플에 협상 명령<br>법원, 소송 잇단 기각 등 양사 지루한 공방전 펼쳐<br>천문학 소송비용도 부담… 극적 타결 가능성 높아

팀 쿡 애플 CEO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달 말 비즈니스위크에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두 회사 최고위급 임원들이 특허소송에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대화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원수를 만들어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전임자인 스티브 잡스 만큼 열정이 없어 보인다"며 "쿡은 소송을 필요악의 관점으로 보지, 무한한 보복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사의 물밑 접촉과 쿡의 성향으로 볼 때 특허소송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예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법원의 이번 협상 모색 명령이 그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양사의 CEO가 대화에 나서기로 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사의 이번 협상은 표면적으로는 법원의 중재 명령을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에서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벌려놓은 상황에서 법원의 협상 명령을 거부할 경우 협상 의지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남겨 법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인 만큼 형식적인 협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구글과 오라클도 지난해 미국 법원의 명령으로 공식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이번 협상은 양사의 자발적인 의지라기보다는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법원이 협상테이블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의 특허소송전이 예상보다 일찍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양사 CEO가 직접 대면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양사는 특허소송전과 별개로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다 공식적인 협상 채널이 마련된 만큼 비공식 협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협상이기 때문에 아주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면서도 "아직 법원의 권고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해 조기 타결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사가 연내에 특허소송전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은 일찌감치 꾸준히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법원 판결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 특허와 사용자환경(UI) 특허 침해를 주장해온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의 통신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소송 초반에 승리를 자신했던 것과 달리 법원이 잇따라 기각 명령을 내리면서 지루한 공방전만 벌이고 있다.

이미 애플이 승리를 거둔 국가에서 삼성전자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도 애플에는 부담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갤럭시S2와 갤럭시탭10.1의 판매금지를 이끌어냈지만 삼성전자는 곧장 기능과 디자인을 변경한 제품을 내놓았다. 호주에서는 아예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수모까지 당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라는 인식을 글로벌 IT 업계에 남기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만 높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문학적인 소송비용도 고민이다. 삼성전자는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해 "애플과의 특허소송에 드는 비용이 2012년까지 2억달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꾸준히 높이고 있는 애플의 소송비용까지 감안하면 양사가 특허소송전을 치르는 비용은 5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광일 엔씨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양사가 주장하는 특허 대부분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어서 법원으로서도 어느 한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야 향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소모적인 특허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는 양사 '법무 사령탑' 간의 대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승호 IP센터장(부사장)이 직접 미국 법원에 출두해 최 부회장을 보좌할 것으로 예상되고 애플에서는 브루스 세웰 법무담당 수석 부사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사장은 그동안 양사의 특허소송전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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