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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베네통의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 광고로 유명한 사진작가 겸 광고 디렉터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에게 '서울포럼 2012' 강연에서 어떤 것을 얘기할 예정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이 질문을 서울포럼 준비팀에 던졌다. 강연을 통해 직접 해답을 들려주겠다는 의향도 함께 전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베네통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고 싶다면 아무래도 서울포럼 둘째 날인 오는 17일 토스카니의 강연을 직접 들어봐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토스카니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올리비에로 토스카니 스튜디오'라는 광고ㆍ마케팅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 전문가 토스카니가 16~1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2'에서 경제한류 시대를 맞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광고 전략에 대해 조언한다. 강연 제목은 '한국 기업 마케팅과 광고의 진화(The evolution of Korean marketing and advertising)'다.
토스카니는 '한류, 글로벌 경제를 품다:경제, 금융, 산업, 문화'인 이번 포럼의 주제에 맞춰 한국 기업과 한국 상품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글로벌 광고 전략을 집중적으로 조언할 계획이다. 토스카니는 서울경제에 보내온 강의계획서에서 "이미 한국 상품 광고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TVㆍ지면ㆍ옥외간판 등 모든 채널을 활용한다"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한국 기업과 한국 상품의 마케팅과 광고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토스카니의 이번 포럼에서 진화 방향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아울러 토스카니는 유럽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도움말을 주겠다고 밝혔다.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한 광고전문가인 만큼 유럽인의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토스카니는 베네통 방식의 접근법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청중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토스카니는 지난 1961년부터 1965년까지 스위스 취리히의 쿤스트게베르베 예술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을 전공했다. 학교를 마치고는 젊은 나이부터 창의력을 인정받아 샤넬ㆍ에스프리ㆍ발렌티노 등 세계 정상급 브랜드의 광고 제작에 참여했다. 보그ㆍ엘르ㆍGQㆍ에스콰이어 등 유명 패션 매거진에서도 사진작가로 활약했다.
토스카니가 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82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광고를 맡으면서부터다. 이때 이후 세계인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도발적인 사진을 보게 된다. 보도 사진이 아닌 상업 사진이었다. 핏자국이 얼룩진 보스니아 민병대 병사의 군복, 흑인 여성에게 안겨 젖을 먹는 백인 아기, 걸프전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물새, 로맨틱하게 입맞추는 신부와 수녀 등. 사진에는 어떠한 카피도 없이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이라는 손톱만한 로고 하나가 달랑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이같은 충격적인 연작 광고는 토스카니가 베네통 경영진에게서 전권을 위임 받아 기획, 직접 사진을 찍어 만든 것들이다. 그는 베네통이라는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금기, 보수적인 주류 사회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밝고 긍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감춰지는 것을 들춰내고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사진,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즉시 논란이 되는 사진을 찍어 광고에 사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베네통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 데 이어 베네통은 사회적 불합리에 대한 젊은이들의 항의, 편견과 인습에 대한 도전 같은 진취적인 이미지와 동격이 됐다. 광고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사진은 처음에는 패션 브랜드 베네통과 무관한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은 결국 광고였다. 그것도 광고에 대한 기존 통념을 완전히 바꿀 만큼 위력적인 광고였다"고 평가했다.
토스카니는 2000년 베네통 광고에서 손을 떼 뒤에도 자신이 이끄는 스튜디오를 통해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여러 대학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면서 다양한 책도 펴냈다. 칸 광고제 사자상을 4회 수상하는 등 권위 있는 상을 다수 수상하기도 했다.
◇약력 ▦1942년 이탈리아 밀라노 ▦1961~1965년 스위스 쿤스트게베르베 예술대학 사진ㆍ디자인 전공 ▦1982년~2000 베네통 광고 디렉터 ▦현재 올리비에로 토스카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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