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크게 늘면서 회사채 상환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발행 비용이 늘어나는 등 채권시장을 둘러싼 조건이 좋지 않은데다 실적호전으로 자금사정도 나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빚 갚기(채권상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 관련 및 공기업을 제외한 신용등급 A 이상의 기업 가운데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한 회사채 90건 중 재발행(차환)을 하지 않은 것은 39곳으로 43.3%에 달했다. 지난 6월에는 14곳 중 절반인 7곳이 상환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발행건수의 70% 이상이 차환발행 수요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상환 금액으로 보면 올 1월 A등급 회사채의 만기도래액 대비 상환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3월 44%로 훌쩍 뛰었고 지난달에도 34.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한 회사채 8조1,103억원 중 기업들이 직접 갚은 금액은 2조5,553억원으로 상환비율이 31.5%를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여천NCC가 올 들어 1월(800억원)과 5월(400억원)에 만기가 된 회사채 1,200억원을 전액 상환했고 LG텔레콤도 1월(400억원)과 지난달(1,000억원) 돌아온 3년 만기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을 비롯해 SK케미칼ㆍSKCㆍSK건설ㆍSK네트웍스 등 SK그룹 계열사들과 효성ㆍOCI 등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회사채를 줄줄이 상환하고 있는 것은 실적호전으로 현금보유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증시에 상장된 1,522개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전년보다 19.5% 증가한 96조9,78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 3~4월 저금리를 이용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미리 자금을 확보하면서 현금 비율은 더욱 높아졌고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가세하면서 보유자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게 증권사 채권 담당자들의 평가다. 증권사의 한 회사채 담당 관계자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적절한 수준'의 현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현대차 등과 같은 기업들은 최근 보유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환경 악화도 기업의 빚 갚기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6월 이후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부진한 이유가 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담당자도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과 자금수요의 부재로 차환발행이 이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기업들의 실적호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자금수요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