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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7년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이래 우주 탐사는 40여년간 서구열강의 독무대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본·중국·인도가 잇달아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하는 등 달 탐사 경쟁에 본격 뛰어들며 신흥 우주강국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또한 오는 2020년 자력 달 탐사를 목표로 세우고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향한 우주개발 레이스에 뛰어든 상태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2회에 걸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의 국가적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고 성공적 운용방안 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뚫고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도쿄 조후시. 이곳 도심 속 평범한 외관의 빌딩에 JAXA의 도쿄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JAXA는 2003년에 창설된 일본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R&D)의 본산이다. 일본이 2007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달 탐사위성 '셀레네(가구야)'를 달 궤도에 안착시키고 2010년 '하야부사 1호'로 세계 최초의 소행성 표본채취에 성공하는 등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JAXA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이달 3일에도 JAXA는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의 성공적 발사를 이끌어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4대 우주강국 도약=달 탐사와 관련해 JAXA의 차기 주자는 오는 2020년 발사 예정인 '셀레네 2호'다. 달을 공전하며 원거리 탐사를 수행했던 셀레네 1호와 달리 달 표면에 직접 탐사 로버를 착륙시켜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JAXA는 현재 '달·행성 탐사 프로그램 그룹(LPEPG)'의 주도하에 달 착륙선과 로버의 설계, 착륙 시스템 등 핵심 기반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H2-A 로켓 발사체와 탑재체, 통신 시스템의 고도화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라다 마리코 JAXA 홍보팀장은 "일본 달 탐사 프로젝트의 궁극적 지향점은 달과 지구의 생성기원 규명"이라며 "셀레네 2호의 성공은 아시아 최강을 넘어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기구(ESA), 러시아연방우주국(RSA)과 어깨를 견줄 세계 4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설계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JAXA는 착륙선의 착륙 오차범위를 100m로 설정했다. 하시모토 다쓰아키 박사(LPEPG 그룹장)는 "목표 착륙지점과 실제 착륙지의 오차를 100m 내외로 줄이겠다는 의미"라며 "카메라가 촬영한 실시간 영상을 달 표면 지형도와 비교해 착륙선 스스로 착륙지점을 찾아가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버의 경우 80×65×20㎝의 비교적 소형으로 설계됐다. 4개의 바퀴와 1개의 로봇 암을 지니고 있으며 태양전지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태양이 없는 야간에는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동력을 공급하게 된다. 특히 로버가 달 표면의 모래구멍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약 20도의 경사를 오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예정이다.
하시모토 박사는 "달 표면 탐사는 300도에 달하는 극심한 일교차와 미세먼지 방호 대책 등 궤도선 탐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극한환경 극복이 필수적"이라며 "중국과 인도가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는 만큼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작은 것 하나에도 완벽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유인 달기지 건설 추진=하라다 팀장은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 탐사의 성공 키워드로 민관학연의 유기적 협력을 꼽는다. NASA·ESA·RSA가 반세기 가까이 우주 탐사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와 산업계·학계와의 탄탄한 협력 네트워크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하라다 팀장은 "JAXA만 해도 공식 달 탐사 프로젝트 팀원은 6명에 불과하지만 대학·산업체 등의 협력인력을 포함할 경우 전체 연구팀 규모는 200명 이상"이라며 "진정한 우주강국이 되려면 원천기술 확보만큼 학계와 산업계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정책적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인도·한국 중 현재 JAXA가 느끼는 최대 경쟁상대는 단연 중국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달 궤도선 발사는 일본보다 늦었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미 지난해 12월 '창어 3호'가 월면차 '위투'를 달 표면에 내려놓는 데 성공했다. 또 2017년 창어 5호를 발사, 달에서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11월 시험선을 달 근처로 보낸 뒤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박사는 중국이 시간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을 뿐 달 탐사 기반 기술력은 일본이 우위를 점한다고 강조한다. JAXA는 하야부사 1호를 통해 사실상 행성 착륙과 표본채취, 지구 귀환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해복구에 정부 예산이 집중되면서 셀레네 2호 발사 일정이 당초 로드맵보다 5년 지연되기는 했지만 조급함을 갖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시모토 박사는 "소행성은 달보다 작고 거리도 멀어 모든 면에서 한 차원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며 "착륙 정확도만 보면 NASA를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JAXA는 셀레네 2호의 성공 이후 곧바로 창어 5호와 동일한 임무를 띤 셀레네X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달 기지 건설로 달 탐사의 화룡점정을 찍을 계획이다. 하시모토 박사는 "예정대로 예산 편성이 이뤄진다면 2020년 셀레네 2호의 달 착륙, 2025년께 우주비행사의 장기체류가 가능한 달 기지 건설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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