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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못여는 롯데, 속 탄다

제2 롯데월드, 여기도… 수원 롯데몰, 여기도 …부산 롯데타운, 여기도…

지역 전통상인·상권 거센 반발

안전 문제 겹쳐… 잇단 출점 지연

불황 타개책 첫발도 못떼 한숨만



지난 달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수원지역 22개 전통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영세 상인 1,000여명이 역 앞에 몰려들었다. 수원상인연합회 회원인 이들 손에는 '전통시장 말살하는 롯데쇼핑몰 철수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최극렬 수원시장상인엽합회장은 "애경이 수원역에 들어온 지 10년 만에 수원상권이 초토화됐다"며 "롯데까지 들어오면 지역 상인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 상인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수원 롯데몰은 수원역 서측 옛 KCC공장 부지 27만㎡에 들어선 초대형 복합상업시설이다. 지하 3층, 지상 8층, 연면적 23만㎡에 롯데백화점은 물론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하이마트, 쇼핑몰 등 롯데의 유통ㆍ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집결한 수원판 롯데타운이다. 롯데의 수원 입성을 앞두고 터줏대감인 애경까지 AK플라자를 증축하고 호텔까지 세우면서 수원역 일대는 유통 공룡의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에 전통시장 상인들과 가두점 상인들은 "생계 수단을 잃을 판"이라며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다. 이들은 롯데의 수원 입성에 따른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상했던 수준보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훨씬 크자 수원 롯데몰은 오는 22일로 예정했던 그랜드오픈을 일단 연기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물론 시설 현대화 등 다방면의 지원 방안을 서로 논의중"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법적인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수원 롯데몰 반경 1㎞ 안에 있는 전통시장 4곳은 물론 나머지 수원 지역 전통시장 18곳과도 상생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수원 롯데몰의 부분 오픈이 아닌 조속한 그랜드 오픈을 위해 지역 상권과의 합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다음 개장일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위기다.



수원 뿐만 아니라 잠실 제2롯데월드 역시 기약 없는 개장 지연에 롯데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제2롯데월드 저층부 선개장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강경 일변도에서 다소 누그러졌다고 보기도 하지만 잇단 싱크홀 등의 문제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큰 탓에 신설 안전 점검과 교통 대책 마련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 해소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롯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잠실 제2롯데월드는 올 초까지만 해도 봄 나들이객이 많은 5월경에 저층부(연면적 42만8,933㎡)를 조기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임시사용 승인 조건 미비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롯데그룹에 다시 요구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위한 보완 조치가 오는 18일까지 충족되지 못하면 제2롯데월드는 가을에도 영업을 시작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의 출점은 수도권 바깥에서도 지역 상권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중구에 들어서는 롯데타운이다. 롯데는 기존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연계된 복합상업시설(연면적 12만2,100㎡)을 지어 이곳에 롯데마트와 롯데하이마트, 토이저러스, 키즈파크, 서점 등을 입점시켰다. 하지만 오는 28일 개장을 앞두고 이곳에서도 역시 상인들이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접 전통시장을 비롯해 지역 상인들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개장 예정일에 영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단 롯데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신규 출점시 기존 상권과 마찰이 있더라도 개점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통시장, 영세상인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예전과 같은 출점 강행이 어려워졌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복합쇼핑몰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유사한 문제가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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