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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장보고시대] 기고.. 친수공간 개발의 올바른 방향
입력1998-10-18 16:21:00
수정
2002.10.21 22:38:37
-李寬杓 엄&이 종합건축사무소 대표이사
지난번 동행안 잠수함 침투 사건때 「동해안에 어선을 수천척 풀어놓고 조업하게 하면 북한 잠수함은 침투할 엄두도 못낼 것이다」라는 우스개가 나돈적이 있다. 해안 곳곳에 군경이 배치되어 지켜도 못 찾아낸것을 택시기사나 고기잡이배 선장이 잇달아 발견하여 신고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해변이나 항구는 밀수방지나 불순분자 침투방지 목적상 경비용 철조망으로 둘러쳐지고 「접근금지」나 「사진촬영 금지」 등의 푯말과 함께 접근을 제한해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항구주변 역시 가장 기초적인 항만기능을 수용하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수상레저 스포츠, 전망, 체류, 휴식, 이벤트 활동이 가능한 선진국형 친수공간 개발이 어려웠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캐나다 퀘벡의 뒤프랭 테라스, 미국 뉴욕의 배터리 파크, L.A의 산타모니카 비치, 프랑스의 칸느해안, 일본의 도쿄나 후쿠오카의 모모치 해변 등 선진국에서는 이루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친수공간(親水空間) 사례가 있는데 비해 왜 우리는 그러한 공간이 없는가 자문하게 된다.
정부는 항만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예산절감 차원에서 민자유치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여러 SOC관련사업 설계를 진행하면서 공무원들로부터 『재벌회사가 너무 이익을 밝힌다. 국민을 상대로 사업을 해서 수천억, 수조억원씩 이익을 남기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손해를 좀 보더라도 자진해서 양질의 공익시설을 지어서 기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여러차례 들었다.
반면에 민간기업 관계자들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문화사업이나 고아원, 등 얼만든지 생색낼 수 있는 사업이 많은데,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이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SOC사업을 손해보면서 할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민간개발 사업자는 절대 손해나는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따라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분양, 임대가 용이하고 자금회전이 빠른 유흥위락시설 위주의 개발계획이 입안이 불가피해진다.
법적규제 철폐, 정부의 합작투자 또는 반대급부의 제공과 함께 공공성을 갖도록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앞으로 민간개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변공간 개발은 저급한 유흥위락시설의 양산을 초래할 뿐이다. 과연 앞으로의 친수공간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논어」에 갑부아버지 덕분에 공자를 따라 다니며 위세를 부리던 제자 하나가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수제자 안회와 자신을 비교해주길 부탁하자 공자는 『네가 제사때 쓰는 제기라면 안회는 질그릇이다』라고 평을 했다. 이말에 우쭐해진 제자는 안회에게 자랑했다. 그러나 안회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는데 「제기는 화려하고 소중하나 일년에 몇차례 밖에 못쓸 뿐 아니라 용도가 정해져 있어 다른 용도로는 전혀 못쓰는데 반해 질그릇은 못생기고 흔하지만 밥먹을땐 밥그릇, 차를 마실땐 찻잔으로, 정급하면 제기대신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스승의 뜻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조상들은 집을 짓거나 마당을 만들때에도 지혜로왔다.
서양사람들이 침실, 거실, 식당 등을 따로 정해 마당을 빈틈없이 꾸미고 가꾸어 살 때에 우리나라 한옥의 방은 빈방만 덩그러니 있어서 이불을 펴면 침실이요, 책상을 놓으면 서재로, 방석 몇개 놓으면 거실로, 밥상들여 놓으면 식당으로 쓰는 다목적 공간이었으며 마당역시 백토를 곱게 깔아놓아서 비워놓을줄을 알았다.
차일을 치면 혼례식장과 회갑연장으로, 멍석을 깔면 작업장으로, 아무것도 없으면 부녀자와 아이들의 유희공간으로 쓸 수 있었다.
국토도 좁고 한정된 우리나라 실정으로 볼 때 한 공간을 여러가지 다양한 용도로 쓰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건축가의 손을 거친 빈틈없고 화려한 시설배치가 일견 멋있고 훌륭한 공간으로 비쳐지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효용이 낮고 비경제적인 공간이 될 소지가 더 많은 것이다.
선진국의 해변가에는 어디엘 가든 약간 높직하게 하여 넓은 면적에 나무널을 깔아놓은 마치 운동장처럼 넓은 뱃전과도 같은 데크 플라자(WOOD DECK)를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엔 벤치와 최소한의 조경수와 그늘막, 몇군데 안되는 가판상점만 있을 뿐 넓은 바닥만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일년내내 거리의 악사, 화가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은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며 젊은 남녀는 바다를 바라보며 밀어를 속삭이고 중년의 신사는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며 한편에서는 벼룩시장과 피에로의 쇼를 구경하고들 있다.
우리는 선진국의 호화스런 시설이 아닌 이처럼 정겹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돈 한푼 없이 가서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천 부둣가에 데크 플라자만을 조성키로 한 계획을 변경하여 나무심고 잔디심자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돼 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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