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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 팔아 자금마련 붐

중소 상장사 은행 대출 어렵자<br>지난달 3배 늘어난 399억 매도


중소형 상장사들이 들고 있던 자기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시중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대출이 마땅치 않자 보유 중인 주식을 처분해 가용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생산설비 등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나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마련한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권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반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엘케이는 지난달 25일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보통주 142만2,348주를 내다 팔아 28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1,820억원의 15.7%에 달하는 규모다. 디피씨 역시 같은 날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사주 54억원어치를 매각했고 디에스도 자기자본 효율화를 목적으로 7억2,000만원어치의 보통주를 시장에 내던졌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상장사들이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한 자기주식은 총 399억7,829억원. 이는 전 달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매각을 통한 자금 수혈은 지난해 11월 0원에서 12월 757억여원으로 급증한 후 지난 1월 138억 7,000만원으로 감소했지만 12월 SK가스가 신규사업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주식 731억원을 내다판 것을 감안할 경우 매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처분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진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운영이나 설비투자를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은행을 통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자기주식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중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 운용으로 중소형사들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고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회사채 투자 수요도 마땅치 않은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기주식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자도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자기주식 매각보다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자기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기 위한 필요성이 커졌고 또 주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기주식 매각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은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차익 실현과 자금 수혈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증권사 스몰캡 팀장은 “지난 2008년부터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주가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들어 중소형주의 주가가 오르자 기업들의 차익실현 욕구와 기관투자자들의 중ㆍ장기 투자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자기주식 매각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기주식 매각을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주주가치나 기업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아 유상증자나 은행대출, 회사채발행에 비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다”며 “특히 장내 매각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장외매각 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점 역시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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