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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자자들 지금심정 "묻지마"
입력1999-04-13 00:00:00
수정
1999.04.13 00:00:00
최근 아파트 분양열기 속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작정 분양받았던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수천만원의 웃돈을 붙여 집을 되팔 수 있다는 말에 청약했으나 막상 당첨되자 프리미엄이 빠지는데다 사려는 사람도 거의 없어, 계약을 하자니 돈 마련이 부담스럽고 포기하자니 분양권만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한강 조망권」을 등에 업고 최고 109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였던 구리 토평지구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Y아파트 34평형을 분양받은 회사원 金모(38)씨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막상 당첨은 됐으나 한강이 보이지 않는 동·호수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았으나 업소측은 『한강이 보이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계약일이 눈앞에 닥쳐왔는데 3,100만원의 계약금을 내기가 막막하다』며 『그렇다고 계약을 포기하자니 5년간 부어온 청약통장을 날리게 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L부동산측은 『토평지구 아파트 중 저층이거나 앞동에 가려 한강이 보이지 않는 아파트는 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힘들다』며 『막상 계약 당일이 되면 당첨포기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용인 상현리의 A아파트 64평형을 분양받아 계약금까지 치른 崔모씨 역시 같은 처지다. 당첨만 되면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을 것이라던 소문과는 달리 기껏해야 500여만원의 프리미엄만 형성돼 있다. 그나마 崔씨가 배정받은 4층은 전망이 좋지않아 아예 프리미엄 자체가 없다.
崔씨는 『프리미엄이 없는 것도 낭패지만 앞으로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중도금 낼 일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당첨자들은 아파트 계약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다시 1순위 자격을 회복하려면 최소한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멀쩡한 청약통장만 헛되이 쓴 셈이다.
3만여명이 몰려들었던 영등포 하이트맥주 대우조합아파트 분양사무실 앞. 20여개의 중개업소들이 몰려있으나 분양당시의 열기는 간곳이 없고 썰렁하기만 하다. 이 아파트의 현재 프리미엄은 높아야 200만~400만원. 그나마 팔려는 물건만 잔뜩 쌓여 있고 사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최근 인기리에 분양된 아파트 담첨자들중 상당수는 기대에 어긋난 낮은 분양권값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분양권 시세가 이처럼 급락하고 있는 것은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공급과잉 현상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 분양권 전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몰려든 투자자들과 「떴다방」이 확보한 물건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도 묻지마 투자자들의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를 기대하며 심지어는 감정가보다 높은 값을 불러 낙찰받았던 사람들이 결국 낙찰포기로 입찰보증금만 날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월 경매로 나온 서울 강남구 도곡동 L아파트 34평형(감정가 2억1,000만원)을 2억4,300만원에 낙찰받았던 A씨는 결국 입찰보증금 2,430만원만 날리고 낙찰을 포기했다. 아파트 시세가 2억2,000만~2억5,000만원이어서 오히려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들인 셈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집값이 오를거란 남의 말만 믿고 아무 생각없이 높은 금액을 썼었다』며 『인근 시세를 잘 알아보지 않고 입찰한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의 과열현상은 최근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 추세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75.2%에 불과했던 지난해 12월 서울아파트 낙찰가율이 올 2~3월에는 83%대까지 치솟았다.
유승컨설팅 이경식 사장은 『최근 경매시장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입찰에 뛰어드는 초보경매자들이 늘고 있다』며 『경매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냉정하게 시세를 파악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팀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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