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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유동성 800兆 "약이냐" "독이냐"

정부-한은·민간硏 시각차<br>정부 "과잉수준… 부동산시장 유입땐 부작용 커"<br>한은 "자칫 환수나섰다간 회복경기 다시 죽일수도"<br>"자산버블 사전 차단·경기회복에 활용 유도가 관건"

죽어가는 경기를 살리겠다고 먹이던 유동성이라는 ‘약’이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자산거품을 만드는 ‘독’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단기유동성 800조원은 분명 과잉유동성”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단기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아직 유동성 환수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통화량과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가 낮다”며 “1~2년 내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김현욱 KDI연구위원은 지난주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통화정책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제한 후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될 위험에 유의해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 기조를 조기에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산시장의 불안징후가 감지될 경우 4ㆍ4분기 이전이라도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신중하다. “아직은 유동성 환수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 분명하다. 경기회복 정도가 유동성 환수를 견뎌낼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자칫 유동성 환수에 나섰다가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를 다시 죽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통위에서 “아직 유동성을 흡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인위적인 흡수보다는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를 기대한다. LG경제연구원도 17일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이 당분간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고 총수요가 경제의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해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다”고 한은의 손을 들어줬다.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통화량보다는 총수요 압력이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단기적으로 통화공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당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계속 하회하게 될 것”이라며 “수요가 경제의 공급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과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통화의 유통속도가 일시적으로 크게 낮아지는데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통화 증가율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크게 약화됐다는 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잉유동성은 경기회복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약 먹고 잠이 든 환자를 잠만 잔다고 꼭 흔들어 깨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과잉 유동성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로 흘러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유동성 문제는 정부가 자산버블을 막고 유동성을 경기회복의 불쏘시개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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