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6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 직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KT와는 분명 다르다며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지만 혹시라도 KT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텔레콤 직원들은 느닷없는 KT의 명예퇴직 소식을 전해들은 뒤 술렁거리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KT 소식까지 접한 직원들이 다소 민감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연말께로 예상되는 조직개편을 통해 GMS(기획, 인사, 재무 등) 조직의 인력 20%를 MNO(마케팅, 네트워크 등), CNI(무선인터넷, 성장동력 등), 산업생산성증대(IPE) 조직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현재 사장 직속으로 조직될 IPE 등으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IPE는 현 TF 팀장인 육태선 상무가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조직 크기에 따라 다른 인물이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정 사장이 밀고 있는 IPE로 옮기느냐,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큰 부서를 피해고 현재 있는 부서에 남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은 내년 1월 1일 합병을 앞두고 있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도 마찬가지.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이 여러 차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인사, 재무, 대외협력 등 스텝 부서를 중심으로 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3사의 스텝 부서 수장 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3사를 합병해도 직원수가 약 6,000명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인데다 중복인력이 많지 않아 KT와 같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일부 스텝 조직이 조정되더라도 그 인력은 마케팅을 비롯 현장 부서나 신설될 부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사 이래 줄곧 노조가 없었던 LG텔레콤에 최근 노조가 설립되는 등의 움직임은 현재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고용 불안을 잘 대변해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사나 조직개편 시즌에는 매년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이번에는 통신업계 합병 움직임과 인사시즌이 맞물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직원들이 예민해져 있다”며 “특히 조정의 주요 대상이 되는 임원들은 모험으로 눈 밖에 나려 하기 보단 실적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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