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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재 원천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학소재는 일상생활을 넘어 디스플레이∙휴대폰∙반도체∙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성능∙품질∙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키 메이커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는 소재 산업의 괄목할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 핵심 화학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우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는 반도체조차 제조 공정의 필수 화학소재인 전구체의 대부분을 일본∙대만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만들 때 금속박막을 입히기 위한 화합물을 지칭하는 전구체는 높은 증기압, 고순도, 화학적 안정성, 액체상태, 두께조절 능력 등을 갖춰야 해 세계적으로도 개발이 까다로운 소재로 꼽히는 탓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단 정택모 박사팀이 반도체 제조공정용 전구체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팀은 이미 반도체 소자용 니켈 원료 화합물을 분자 수준에서 합성, 휘발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니켈 화합물 전구체와 높은 증기압과 보존 안정성이 뛰어난 구리 화합물 전구체 등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의하면 니켈 화합물 전구체는 디스플레이 표시 소자의 제조, 구리 화합물 전구체는 반도체 배선 재료와 금속잉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소자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구체 원천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다우케미컬∙에어리퀴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 필적하는 전구체 원천기술을 확보, 수입 대체 및 장비 국산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현재 전자화학소재 전문기업 디엔에프에 정액기술료 3억원, 경상기술료로 매출액의 4%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이 완료됐으며 향후에도 연구팀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속원료 화합물 전구체를 추가 개발해 조속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연구팀은 인듐∙갈륨∙아연산화물(IGZO), 아연∙주석산화물(ZTO)과 같은 투명 전자소자용 전구체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3차원(3D) 디스플레이, 기능성 창 등에 채용될 투명 디스플레이가 미래 블루오션으로 지목되면서 이들의 위한 신개념 전구체 개발의 필요성이 적극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투명 전자소자 기술은 아직까지 연구개발 초기 단계로서 소재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며 "우수한 전구체의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산업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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