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위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되며 국내 가금류 생산과 소비가 치명타를 맞으면서 AI가 연말연초 경기관리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할 경우 AI 발생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깎아먹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혹여 5.0~5.1% 사이를 오가며 간신히 5%를 맞출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재정경제부 등 경제당국은 AI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국내 가금류 산업의 비중이 극히 미미해 5% 성장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AI 추가 발병을 배제할 수 없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이 감염되는 상황까지 번지지 않을까 당국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주 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AI의 추세와 관련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3ㆍ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고 AI 피해가 지난 2003년 말보다 적어 5% 성장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가금류 산업이 국민경제 전반을 위협할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닭ㆍ오리 등 가금류 그 자체만 보면 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3년 말에는 AI와 함께 미국 등에서 광우병까지 발생, 소비감소가 더 컸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발생이 경제성장률 0.1%포인트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는 LG경제연구원 역시 당장은 AI 발병이 GDP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장률 0.1%포인트 하락 예측을 담은 보고서는 가금류 생산농가가 6개월 동안 피해를 입어 전체 부가가치 손실이 7,000억원을 넘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2곳에서 추가로 AI가 발병해도 2003년 말 당시보다 현재 피해가 적다”며 “굳이 따지면 AI 발병이 성장에 마이너스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성장률에) 연관을 안 시키는 게 나을 정도로 아직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3ㆍ4분기까지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5.4%를 기록해 현재로서는 4ㆍ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 밑으로 급속히 떨어지지 않으면 연간 5% 성장이 유지되기 때문에 4ㆍ4분기를 한 달 남겨놓고 악재로 등장한 AI가 성장률 5%를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AI가 인체 감염까지 진행될 수 있는 고병원성이라는 데 있다. AI의 추가 발병과 동시에 국내에서 첫 AI 감염자가 나오는 위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정부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AI 감염자가 나오면 가금류 산업은 물론 관광산업도 날벼락을 맞을 수 있고 대인접촉 기피 등으로 소비둔화와 기업투자 연기 등 경제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발생이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사례가 없는 사람간 전염으로도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면 1% 이상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을 수 있는 것으로 전문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AI 발병이 계속되면 무엇보다 내년 경제운용에 큰 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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