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그룹을 이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경영을 일선에서 이끄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 수장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실제로 '엘리엇 사태' 이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삼성전자 본관에서 만났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IOC 위원을 맡고 있어 이 부회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IOC 위원을 사퇴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20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관계는 여러 사건을 거치며 소원했지만 그 사촌인 이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측면에서는 서로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이 연말 단행할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후 첫 인사에서 인사폭을 최소화해 일단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이 '나 홀로' 선방하고 있으나 스마트폰과 TV·냉장고 등 가전 분야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수경기가 꺾인데다 환율 등 거시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남은 하반기 실적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책임을 묻는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삼성중공업 등 막대한 적자를 낸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일각에서는 실적을 떠나 세대교체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사 조직은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데 막상 인적자원에 대한 쇄신 작업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젊은 삼성 직원의 경쟁력은 세계 일류 수준이지만 사장 같은 최고위직 임원은 이에 못 미쳐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 이런 평가가 연말 인사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9월부터 11월까지 사장단에 대한 인사 평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후 이 부회장이 최종 재가를 내리면 12월 중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체계적으로 경영을 배운 3세 기업인답게 숫자에 밝고 실속에 강한 모습이 발견된다"며 "당분간 신성장동력 발굴과 같은 현장 경영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