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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도 ‘외국인들 잔치’
입력2003-11-12 00:00:00
수정
2003.11.12 00:00:00
권구찬 기자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지난 99년 부동산시장을 개방한 후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시장이 외국인들의 투기장으로 변해 가격급등은 물론 국부까지 유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취득금액의 30%정도만 해외에서 들여와 연간 20%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뒤 비싼 값에 되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득ㆍ등록세와 양도소득세는 물론 외국인 투자촉진법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법률도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2일 재정경제부 정태식 사무관이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활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매입가의 30% 정도만 가지고 들어와 부동산을 취득한 뒤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연간 23~24%의 실질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정 사무관은 논문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5년간 토지 18조3,000억원 어치와 건물 3조원어치를 새로 사들였으나 이 가운데 6조4,000억원만 외국자본이고 나머지 14조9,000억원은 국내에서 조달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주로 구입한 사무실용 건물과 상가 등의 경우 평당 매입가격이 강남의 경우 793만원, 종로ㆍ중구 637만원, 여의도 582만원 등으로 요즘 시세보다 평당 200만∼500만원 낮아 매매차익 등을 감안한 수익률이 연 12.5∼18.83%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수익률이 차입 이자율을 넘어설 때 자기자본의 수익률이 더 올라가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까지 얻어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챙긴 수익률은 연간 23~24%로 올라갈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외국인투자가 부동산매입에 앞서 목표수익률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면 미련없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어 투기가 조장되고 외국인이 국내부동산투자에서 얻은 이득이 그대로 유출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론스타는 여의도 SKC빌딩을 660억원에 산 뒤 800억원에 되팔았고, 골드만삭스는 476억원에 산 대우증권 빌딩을 720억원에, 로담코는 여의도 중앙빌딩을 210억원 취득해 272억원에 되팔았다. 이들은 99~2001년 중 부동산을 취득한 뒤 올들어 집중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 구조조정대상 물건이어서 5.8%세율이 적용되는 취득ㆍ등록세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형태로 되팔아 양도소득세도 감면혜택을 받고 있다.
정 사무관은 “외국인투자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고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제공해야 하지만 국부의 유출을 가져오는 투기성향의 외국인 투자를 막도록 세제와 외국인투자제도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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