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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지오 KAIST 화학과 교수

'패혈증 유도 단백질' 3차원 구조 규명<br>'하이브리드 LRR 테크닉' 이용 3차원 영상 얻어<br>세계 최초로 면역단백질 '말발굽' 형상 밝혀내<br>"치사율 40% 패혈증 치료 신약개발 길 열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지오(뒷줄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오 교수가‘하이브리드 LRR 테크닉’을 통해 복합체 형성에 성공한 TLR2-TLR1의 모습. 이 교수는 ‘M’ 자로 형성된 복합체를 분리해 패혈증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다.

‘NSC저널’로 불리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ㆍ사이언스(Science)ㆍ셀(Cell)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연구논문을 싣고 싶어하는 ‘꿈의 저널’이다. 이 가운데서도 셀은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의 저널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의 한 과학자가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와 작용 매커니즘을 규명한 연구성과로 한 달 새 연속 두 편(9월7일, 9월21일)의 논문을 이 학술지에 게재해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패혈증을 유도하는 단백질 복합체 ‘TLR4-MD-2’와 ‘TLR1-TLR2’를 규명,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높인 이지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부터 생소하고 난해한 ‘TLR4-MD-2’와 ‘TLR1-TLR2’ 단백질 복합체는 모두 패혈증과 관련돼 있다. 전자는 체내 독소와 결합해 패혈증을 일으키는 단백질 수용체, 그리고 후자는 박테리아에 의해 패혈증을 유발시키는 단백질이다. 패혈증은 세균이 혈액에 급속히 번식할 때 이에 맞서 특정 단백질이 면역세포 안에 지나칠 정도로 강한 면역 비상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과다면역 반응’이다. 그러나 치사율이 최고 40%에 달할 만큼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패혈증을 발생시키는 박테리아의 독소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분자구조와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이 교수는 “지난 97년 세계 학계에서 ‘톨라이크수용체(TLR)’ 단백질이 최초로 발견된 후 TLR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다수의 패혈증 치료제 및 항암제, 항염증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분야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세계 유수의 경쟁 연구그룹도 대부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이들 세계 최고의 연구팀에 비해 연구인력과 예산이 크게 부족한 이지오 교수팀은 독창적인 연구개발 방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바로 ‘하이브리드 LRR 테크닉’이라는 연구법이다. 일단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결정체로 만들어 엑스선 빔을 쏜 뒤 퉁겨나오는 엑스선의 빛 정보를 해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약 3만종에 이르는 인간의 단백질들은 우리 얼굴처럼 종마다 생김새가 천차만별”이라며 “그 3차원 생김새를 알면 단백질의 생체 내 작용을 이해하고 치료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3차원 분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엑시선 빔을 쏘기 위해서는 먼저 면역 단백질을 단단한 ‘결정체’로 만들어야 하는 데 단백질이 너무 쉽게 부서지거나 끊어지기 일쑤였던 것. 특히 패혈증과 연관된 단백질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세계 주요 연구그룹들도 엑스선 분석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융합)’라는 용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지오 교수팀의 새로운 연구법은 쉽게 결정체로 만들 수 있는 손쉬운 단백질 종과 분석대상 단백질을 서로 결합하는 식의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이 같은 난제를 의외로 수월하게 극복했다. 패혈증 면역 단백질을 손쉽게 결정체가 되는 단백질에다 붙여 견고한 형태를 완성, 두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영상을 얻게 된 것. 이 교수는 “마침내 패혈증 면역 단백질이 ‘말발굽’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며 “이는 TLR 단백질은 물론 다른 LRR 패밀리 단백질 연구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가능성을 열게 해 준 것”이라고 당시 연구성과를 평가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 같은 방식으로 패혈증 단백질 복합체 ‘TLR4-MD-2’와 ‘TLR1-TLR2’를 완전 규명함으로써 이지오 교수는 국내 최초로 관련 논문을 셀지에 한 달 새 두 편이나 게재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의 KAIST인상(KAIST 주관) ▦미래를 만드는 우수과학자(교육과학기술부) ▦올해의 과학인상(한국과학기자협회) 등 국내 주요 과학계 포상을 휩쓸었다. 이 교수는 “새 연구법이 너무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그간 누구도 실제 시도하지 않았거나 성공하지 못했던 발상이었다”며 “고분자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어떤 배열로 이어졌는지, 또 어느 부위가 오목하고 볼록한지 등을 알게 되면 온갖 질병과 면역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작동 스위치’가 어느 부위에 있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단백질 3차원 구조 연구는 앞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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