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떨어지다 로켓처럼 솟아오른 롤러코스터 장이었다.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040원이 깨진 원ㆍ달러 환율은 1,030원선마저 위협하더니 곧 정반대로 돌아서 급등세를 연출하다가 1,040원선에 다시 안착했다. 전날 종가와 비교하면 겨우 1원20전 하락(원화가치 상승). 하지만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쏠리는 시장과 외환당국 간 줄다리기는 10원 가까운 변동폭을 오가며 팽팽하게 전개됐다.
당국 개입에 따라 시장이 갈팡질팡했지만 원ㆍ달러 환율의 대세적 하락에 대한 외환시장 안팎의 전망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수출과 주식시장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달러 약세 또한 당분간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1,050원선이 열리면서 변동폭 확대에 따른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 구두개입도 못 멈춘 환율, 중국이 '브레이크'=전일과 마찬가지로 환율하락에 시동을 건 것은 나라밖 뉴스였다. 전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비둘기파' 기조가 확인되고 당초 제시됐던 실업률 6.5% 가이던스가 만장일치로 폐기된 것이 확인되자 미 달러화는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6원40전 내린 1,035원으로 개장했다.
첫 구두개입은 기획재정부에서 나왔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어떠한 방향으로든 시장 쏠림으로 단기간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살피던 시장은 되려 아래쪽에 베팅했다. 환율은 1,031원40전까지 밀렸다.
급락하던 환율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의 3월 수출이 6.6% 감소하는 등 2개월째 부진이 이어졌다는 소식에 신흥국 투자위축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미국이 촉발한 환율하락을 중국의 경기부진이 막은 것이다.
여기에 이날 금통위를 마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기능이 안 되므로 시장안정 위해 노력하겠다"는 구두개입이 추가되자 그제서야 당국개입에 대한 부담이 커진 환율은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구두개입뿐 아니라 실제 개입도 단행한 것 같다"며 "오늘 당국이 속도조절 필요성을 느낀 탓인지 개입해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 배당금, 결제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환율 상승폭이 더 커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030원대에서 바닥 다질까=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원ㆍ달러 환율 하락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가장 확실한 근거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기조다. 외국인은 9일(3,632억원)에 이어 10일에도 3,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워낙 견고한 것 역시 달러유입을 지속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1~2월 합산 경상흑자는 78억1,000만달러로 역대 1·2월 중 가장 많다.
결국 달러화가 국내에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개입은 속도를 조절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방향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은 당분간 신흥시장 자금유입 분위기, 대기매물 소화, 역외의 원화강세 베팅 등으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와 금리인상 시기 논의로 미 달러 상승 시도가 재개될 때 원ㆍ달러 환율도 편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은 당장 원·달러 환율 하단이다. B은행의 한 딜러는 "기재부에 이어 한은 총재까지 구두개입에 나선 만큼 당국에 대한 경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1,030원대에서 새로운 하단을 다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요인이 없다"며 "당분간 환율은 하락기조를 유지하면서 1,030원선에서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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