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맘마미아' 성공 배경엔 그룹 '아바' 노래의 힘만 있는 게 아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피가 결혼 전 우연히 발견한 어머니 일기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될 법한 사내들 명단을 발견하고 그들을 결혼식에 초청해 아버지를 찾는다는 이야기. 바로 이 기막힌 서사의 힘이 맘마미아를 세계적인 뮤지컬로 만들었다. 얼마 전 막을 올린 뮤지컬 '동물원'은 '맘마미아'처럼 유명 팝송을 따온 이른바 쥬크박스 뮤지컬로 분류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달고나' '매직 카펫 라이더' 등 이미 한 차례 무대를 휩쓸고 간 기존 한국 쥬크박스 뮤지컬의 뒤를 이은 '동물원'.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동물원의 노래야 세상이 다 아는 불후 걸작들이지만 쥬크박스 뮤지컬 성공은 곡의 유명세보다는 '플러스 알파' 요인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플러스 알파란 말할 필요 없는 바로 이야기의 힘. 개막전 뮤지컬 '동물원'의 기획사가 줄거리를 노출시키지 않은 건 농익지 못한 이야기의 빈약함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예상은 기우였다. 물론 극적 짜임새가 맘마미아처럼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80~90년대 동물원의 노래를 이어폰에 담고 캠퍼스를 누볐던 이들이라면 즐겁게 극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는 넘는다. 삼십대 후반 평범한 회사원인 철수가 우연히 첫사랑 연희를 만나며 인생을 돌아본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함께 아프리카 자원봉사의 꿈을 꿨던 친구들의 소박한 희망과 일상사의 갈등이 동물원의 은은한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내린다. 아무래도 386세대라면 봉사활동 동아리보다는 학생 운동 동아리가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흥행을 노린 뮤지컬 줄거리에 운동권 서클을 끌어들이는 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주인공 철수역을 맡은 홍경민의 연기와 노래 솜씨를 보는 재미도 적진 않다. 뉴욕 뒷골목 청춘의 애환을 그린 걸작 '렌트'의 절절함에는 비록 미치지 못할 지라도 386세대의 묻어둔 청춘 얘기의 애절함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내년 1월 7일까지 백암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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