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장비 하나 들고 몸으로 부딪혀 수출을 시도하기 시작해 이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회사가 됐어요. 올해는 그동안 진출을 못했던 남미를 비롯해 전세계 100개국에 수출할 생각입니다."
19일 서울 성동구 성환이엔비 본사에서 만난 강선영(46ㆍ사진) 대표는 오는 24일부터 시작하는 해외 제품설명회 투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세계 유통상들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미용의료기기 마케팅 행사를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 이달 태국을 시작으로 6월 홍콩, 7월 칠레 등 연말까지 10여개 국가를 돌 예정이다.
성환이엔비는 특히 고주파 레이저 피부재생 의료장비인 '비바체'와 화장품을 피부 깊숙히 침투하게 도와주는 개인용 제품 '루미'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일본, 홍콩, 이란,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 등 36개의 수출국가를 올해 안에 100개국까지 늘리고 연 매출 목표 50억원도 달성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지난 3월 출시한 '루미'는 우리 회사 최초의 개인용 장비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남미는 사상 처음 진출하는 지역으로 올 하반기부터 매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상고를 나와 21세에 미용숍을 여는 등 일찌감치 사업의 길로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사회진출 이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학사, 미용향장학과 석사 과정을 거치며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가의 외산 장비를 국산화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사업이 지금의 성환이엔비다.
지난 1999년 '제이스 메디칼'이라는 이름으로 출발, 2002년 국내 최초로 다이아몬드 필링기(피부각질제거 장비)를 개발하는데 성공, 호주 등에 수출을 시작했다. 강 대표는 "수천만원대 외산 다이아몬드 필링기를 국산화해 1,000만원 내외로 선보이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며 "전기전자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원체 기계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보기만 해도 작동방법 및 문제점 등을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고 미소지었다.
현재는 '비바체'를 비롯해 비만관리 장비 '네미시스'와 '리에스', 두피ㆍ피부관리 장비인 '스칼픽스', 피부관리 장비인 '클래식' 등 주로 피부과, 성형외과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루미' 출시를 통해 개인용 의료기기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부터는 개인용 고주파 피부재생기기도 양산에 들어간다. 강 대표는 "미용의료는 그동안 병원에 가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여성들이 가정에서도 저렴하게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했는데 주문회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거래 회사를 대부분 중국으로 옮겨 버린 것. 설상가상으로 2006년부터 추진한 홈쇼핑 판매까지 부진하게 나오자 회사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때 강 대표가 주목한 돌파구는 해외시장 개척이었다. 2009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참가, 방명록에 기재된 해외 업체들을 기계 하나만 들고 무작정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홍콩을 필두로 하나둘 수출 길을 열었고 국내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회사도 현재 수출 비중이 80% 이상에 달하게 됐다.
강 대표는 앞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업계의 선두기업으로 성환이엔비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의료기기 허가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조금 늦더라도 정석대로 이를 지키며 사업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수출활동을 통해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CEO의 도전정신도 꼭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