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요초대석] 이억수 한국석유공사 사장
입력2004-02-15 00:00:00
수정
2004.02.15 00:00:00
“최근의 국제 유가급등 현상은 단기적인 것으로 비수기인 2ㆍ4분기에 들어가면 차츰 하향 안정될 겁니다. 공급차질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 아닌 만큼 앞으로 원유 수급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억수 한국석유공사사장은 유가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불안,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낙관이 아니냐는 지적에 “국제 투기자금 유입,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기습적인 감산(減産) 등 수급외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유가는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해외자원개발, 석유공사의 미래 등 다른 문제에 관해서도 이 사장은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공사가 추진하는 `헌트(HUNT)333`(오는 2009년 비축과 생산 포함해 3억배럴의 물량 확보, 매출 3조원, 경상이익 3,000억원)전략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유사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일부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OPEC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데 올해 유가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기습적인 감산에 따른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2ㆍ4분기부터 비수기에 접어들면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늘어나 유가는 점차 안정돼 배럴당 25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입니다. 다만 연초 고유가로 연평균 유가는 당초 전망보다 소폭 오른 25.80달러(두바이유 기준)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유가상승이 중국의 원유수요증대, OPEC의 감산 등 수급불균형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원유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는데 올해 국제 원유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습니까.
▲유가급등이 공급차질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인위적인 감산 정책, 이라크 석유수출 회복지연, 국제투기자금의 석유거래시장 유입 등 수급외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석유공사는 원유 수급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유전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전개발성과 및 경제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석유공사는 지난 79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21개국에서 40개 사업에 참여했으며 지난해말 기준으로 10개국 17개 사업이 진행중입니다. 이를 통해 하루 약 3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확보한 매장량은 가스 포함해 약3억9,000만배럴에 이르고 있습니다. 탐사단계부터 참여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업은 예멘 마리브광구, 리비아 엘리펀트유전, 베트남 11-2광구와 15-1광구 등입니다. 이 가운데 최초로 성공한 사업인 예멘 마리브광구는 국내기업들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줬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생산을 개시한 베트남 15-1광구는 우리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사업으로 의미가 큽니다. 마리브를 제외한 3개광구에서 약10억달러의 수익이 기대됩니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해외유전개발 사업도 많지요.
▲올해는 리비아 엘리펀트유전, 내년에는 베트남 11-2광구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들 사업이 잘 진행되면 현재 3% 수준인 우리나라의 원유 자급률은 10%로 높아질 것입니다. 해외유전개발 사업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내 석유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에너지안보 확보 차원에서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동산원유 수입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수급걱정을 해야 합니다. 수급안정을 위한 거래선 다변화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는 중동지역비중을 낮추기 위해 올해초부터 다변화 지원관련규정을 대폭 개정했습니다. 우선 지원방법을 예산지원방식에서 수입부과금에서 상계감면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는 예산부족으로 다변화제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 지원대상지역을 현재 미주, 아프리카에서 중동지역에 비해 수송비가 비싼 전지역으로 확대했고 원유공급자도 정부와 국영석유회사에서 해외메이저 및 트레이딩업체까지 넓혔습니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중동지역 편중현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대륙붕개발이나 중동외 지역에 대한 석유개발을 강화하는 게 절실합니다. 석유공사는 이와 관련해 카스피해 연안, 페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석유유통질서 합리화차원에서 유류구매카드제 도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유류구매전용카드제는 오는 6월까지 참여업체간 네트워크연결 및 시범실시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사업활성화를 위해 참여업체 등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유류거래의 투명화, 건전한 유통구조확립, 유사 석유제품 거래차단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들어 석유소비는 주는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해외가스전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석유공사는 해외 유전개발은 물론 마리브LNG사업, 호주EP408광구 등 가스전사업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국내도입이 쉬운 지역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개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석유공사는 서산에 대규모 석유비축기지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국내 석유비축량이 100일분이 넘는 상황에서 기지를 놀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100일분이 넘는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것은 저성장으로 석유수요가 늘지 않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중장기 국내 수요전망을 보면 비축계획 목표시기인 2008년에는 석유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비축량의 추가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축기지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됩니다. 때문에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를 하는 게 맞습니다.
-다음달 3일로 석유공사가 25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4반세기 동한 석유공사의 국민경제 기여도 등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석유공사는 25년간 국가가 부여한 3대 목적사업인 석유개발, 비축 및 유통구조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석유의 안정공급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말까지 하루 600만배럴 규모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고 보유 매장량도 4억배럴에 이르는 등 개발사업부문에서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헌트 333 전략`을 차질없이 실행해 오는 2009년에는 물량 3억배럴 확보, 매출 3조원, 경상익 3,000억원을 반드시 달성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2010년 원유 자립도 105 목표달성에 크게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통사업부문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둬 석유수급 전산시스템은 정유사ㆍ대리점ㆍ주유소 부문까지의 전 유통단계의 석유유통정보가 전산통계처리되는 국제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갖췄습니다.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공기업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회사설립 취지에 맞게 개발원유 및 가스생산량 극대화에 힘쓰는 한편으로 적절한 시황예측으로 비축용 석유를 저가에 구입,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영시스템 구축을 반드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세계적인 국영석유회사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국내 석유시장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정유사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인천정유 등을 인수할 계획은 없습니까.
▲공익적인 측면에서 유통부문에 대한 공사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발자취
이억수 석유공사사장은 합리적인 리더십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엘리트 무관 출신이다.
지인들은 이 사장의 학창시절을 매사에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며 책임감이 강한 학생으로 기억한다. 남을 위해 희생을 다하면서도 다부진 승부근성을 보였다고 한다. 이같은 성품은 공군사관학교 시절 이후 군생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도 동료 및 선후배들 은 보스가 아닌 전형적인 리더로 이 시장을 이야기한다.
장성으로 진급한 뒤 전략 및 정보전문가로 인정받은 그는 한미연합사 정보부장과 19전투비행단의 단장을 지냈다. 공군 참모총장 시절에는 국내 비행기 제조기술과 안정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순수 국내기술로 생산된 KT-1(일명 웅비)기본훈련기를 직접 탑승해 성능 및 안전성을 점검하는 지휘비행을 하기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다. 이 사장은 지난 2002년8월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한 후 좌우명대로 생활하고 있다. 공기업에 부여된 사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략목표를 새로 정의하고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했다.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없애고 전 임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성취감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윤리경영, 현장중심경영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특히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공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전직원 연봉제를 도입하고 성과중심의 경영 기반을 구축하는 등 취임 1년6개월만에 성공적인 최고경영인(CEO)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기술로 최초탐사에 성공한 베트남 15-1광구에서 지난해부터 원유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는 공사 창립이래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이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는 두텁다.
이 사장은 올해도 자율적이면서도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 석유공사를 보다 생산성 있는 공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전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약력
▲ 43년 강원 원주 생
▲66년 공군사관학교 졸
▲79년 공군대학 졸
▲85년 미공군대학원
▲91년 공군전투비행단장
▲93년 한미연합사 정보부장
▲95년 공군본부 작전참모부장
▲98년 합참 전략기획참모본부장
▲99년 공군 참모차장
▲2000년 공군참모총장(대장)
▲2002년 8월 한국석유공사 사장
■ 내가 본 이억수 사장
박종선 (고려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이억수 사장은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직할 정도로 소임에 충실히 임하는 그의 생활철학은 자타가 인정하는 시대의 인재임에 틀림없다. 나와 이사장은 공군사관학교 14기 동기생으로 인연을 맺어 1962년부터 30년 이상의 전우이자, 항상 누구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친구다.
이 사장이 공군총장을 역임하고, 우리나라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다루는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중책을 맡은 것은 어떤 면에서 투철한 책임감과 남다른 애국심을 보유한 이 사장의 인품과 경력으로 보아 매우 적임자이며, 우리 모두에게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 부임 후에도 많은 직원으로부터 진심어린 존경심을 받고 있는 것은 자상한 성품에서 나오는 탁월한 리더십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15-1광구에서의 원유생산개시와 더불어 다수의 해외 유망광구 계약을 체결한 일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던져 준 신선한 쾌거였다고 생각된다. 이 역시 이 사장의 부지런한 애국심의 활동 결과라고 보인다. 최근에도 지구 저편 아프리카까지 해외유전개발 노력을 기울이며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2003년에는 공사 창립 이래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차분하고 조용히 전진하는 이 사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매사에 성실하고 솔선수범해 희생적이고 겸손한 생활이 몸에 젖어있으면서도 공군 조종사시절 블랙이글팀의 리더로서의 끈질긴 근성으로 형성된 인품과 충분한 경험을 갖춘 리더십은 우리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대담: 김희중 경제부장, 정리=임석훈기자 shim@sed.co.kr>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