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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정운찬 교수가 최근 경제평론집 「한국경제 아직도 멀었다」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죽어야 사는 한국경제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鄭교수는 한국경제의 개혁과제중 가장 지지부진한, 그래서 더욱 수술이 시급한 부분을 재벌개혁으로 꼽고 있다.환란의 원인이 상당부분 재벌의 과잉설비와 차입경영, 총수 독단체제에서 비롯됐는데도 이 문제의 뿌리들은 아직 제거되지 않았으며, 경제위기도 근원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닌 까닭이다. 특히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시장적 방법이라도 쓸 수 밖에 없다」는 케인스의 주장을 빌어 정부주도의 재벌구조조정이 「反시장적 」이라는 비판을 일축한다. 일본경영자단체연맹의 오쿠다 히로시회장은 지난 5일 경단련 여름세미나에서 일본을 잘못 이끌어가는 5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적시했다. 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맹목적인 시장논리 추종자들을 비판한 대목이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지만 시장과 자본이 인간에 우선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시장의 움직임을 「신의 의지」인 것처럼 보도하고 논평하는 언론과 경제평론가들이 일본경제와 사회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은 결코 시장의 노예가 아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눌려 함부로 종업원을 자르는 경영인을 질타한 이날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생각이 잘 드러난다. 80년대 초 유럽을 풍미했던 신철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공산주의를 비판하면서 붙였던「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을 공산주의가 역사의 뒷장으로 사그라진 지금, 미국식 자본주의에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앞서 인용한 두사람의 견해는 얼핏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계론적 접근방법의 차이일 뿐 가고자하는 목표점은 다르지 않다. 鄭교수는 한국의 시장경제가 아직 제대로 된 틀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그래서 「한국적 시장경제」의 뒤틀린 부분을 우선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엑센트를 주고 있을 뿐이다. 그는 이 책 가운데「시장이라는 우상」에서 『사람이란 이 공장에서 플러그를 뽑아다 저 공장에 꽂으면 바로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면서 「시장지상주의」에 입각한 미국식 구조개혁이 만능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오쿠다 日經連회장의 일본판 오적(五賊)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시장논리 추종자외에 ▲불경기때 대량해고 경영자 ▲잉여인력 재배치 외면 기업가 ▲미국 신용평가회사 신봉자 ▲정책을 단지 「정치 쇼」로 보는 냉소주의자들이 일본의 바람직한 변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탄한다. 대우와 삼성자동차로 신문지면이 어지럽다. 한국경제의 앞날이 이들의 처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확보가 발등의 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전부일까. 鄭교수와 오쿠다회장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JW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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