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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투혼보며 희망을 봤어요"
입력2006-06-13 17:25:05
수정
2006.06.13 17:25:05
노숙자·병상의 환자·외국근로자도… "대~한민국"<br>빨간 티셔츠 입고 목터져라 함께 응원 "다음 월드컵은 가족과 함께 했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꿈의 축제 올림픽이 소외 받고 아픈 사람들에게 꿈을 전하고 있다. 거리의 노숙자들과 병상의 환자들, 설움에 복받쳤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다시 희망을 찾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2년의 대한민국을 기억한다.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도 끝까지 싸우던 우리 선수들의 투혼. 이들은 지금 그때의 투혼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그 투혼으로 자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꿈꾸고 있다.
▦ 노숙자들 역전 골을 꿈꾼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거리로 나선 노숙자들도 13일 뜨겁게 ‘대한민국’을 외쳤다.
거리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온통 붉은 물결인 거리와 축제분위기가 때로는 야속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래도 경기를 보다 역전 골이 터질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3년 전 사업실패로 거리에 나왔다는 황모(49)씨도 “축구는 끝을 알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제 인생도 지금은 이렇게 골을 먹고 있지만 언젠가는 역전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년 전 실직과 함께 거리에 나왔다는 박모(46)씨는 이번 월드컵을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4년 전만해도 가족들과 함께 월드컵을 봤어요. 지금은 이렇게 혼자가 됐지만 4년 후엔 꼭 다시 가족들을 찾아 집에서 월드컵을 보고 싶네요.”
박씨는 이날 가족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번듯한 직장을 잡아 다시 가족을 찾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병상에서도 '대한민국'
병원에서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소아암 환자들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치료의지를 다졌다. 근육에 발생하는 희귀암인 '유인육종'으로 삼성서울병원 소아암 병동에 입원한지 3개월 된 지영민(14)군은 "투병생활이 힘들지만 월드컵 대표팀 형들의 활약을 보니 큰 힘이 난다"며 "태극전사 힘내세요"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혈병으로 지난달 10일부터 세브란스어린이병원에 입원해 있는 ‘축구매니아’ 김나곤(12)군도 "제일 좋아하는 이영표 선수를 비롯한 11명의 태극전사들이 남은 경기 잘해줘서 4강,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소아환자들은 빨간 종이로 만든 유니폼에 자신이 좋아하는 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써 침대에 꽂아놓는 등 이날 하루만은 병마를 잊고 힘찬 붉은 악마가 됐다. 병원원무팀 직원들도 빨간 티셔츠를 입고 환자들을 독려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장례식장의 문상객과 상주들도 병원측이 마련한 대형TV를 통해 축구를 보며 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 외국인근로자도 '오! 필승 코리아'
코리안 드림을 목표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전을 벌였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50여명은 이날 밤 9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모여 ‘오! 필승 코리아’를 힘차게 외쳤다.
붉은 티셔츠 차림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센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꽹과리, 북, 불꽃놀이 기구 등 응원도구를 이용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센터 대표 김해성 목사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축구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하나되는 뜻 깊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나딤(36)씨는 “솔직히 한국에 와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월드컵
때는 한국을 응원하고 싶다. 내가 응원한 만큼 우리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도 더 따뜻
해졌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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