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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HFPA 인터뷰'서 만난 영화배우 보그나인

"과거 배우들 진심담아 연기 사람들에 행복 줬다면 기뻐"


"보그나인씨, 만나 뵙게돼 정말 반갑습니다." 나는 얼마 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우리를 기다리던 어네스트 보그나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중학생 때 눈물을 흘리며 본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의 얼굴 그대로다. 머리와 눈썹이 희어지고 얼굴에 주름은 졌지만 황소 눈, 거구 그리고 웃으면 보이는 사이가 벌어진 앞이 등이 모두 그대로다. 인사말을 나눈 뒤 "영화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를 때려죽인 당신을 미워했었으나 이젠 용서했다"고 말하자 보그나인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모두들 날 미워했지"라고 답했다. 베벌리힐스의 페닌슐라 호텔서 가진 기자회견은 그가 주연한 할러데이 시즌용 홀마크 TV영화 '크리스마스를 위한 할아버지'의 홍보를 위한 것. 그는 고릴라처럼 생긴 얼굴 때문에 영화에서 악역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아주 다정한 호인이다. 이 날도 그는 우리들의 질문에 연기하듯 제스처를 써가며 자상하게 대답을 했는데 비록 보청기는 귀에 꽂았지만 90세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생명력이 가득했다. 51년 전 '마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이탈리안계인 보그나인은 자신의 삶을 마치 즉석에서 자서전을 읽어주듯 들려줬는데 자기와 공연한 스펜서 트레이시와 게리 쿠퍼및 베티 데이비스등 왕년의 빅스타들을 회상할 때는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는 듯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삶의 에피소드 중 눈에 띄는 것은 결혼 32일만에 헤어진 브로드웨이 유명 가수이자 자신의 네번째 부인이었던 (그는 현재 다섯번째 부인과 잘 살고 있다) 에셀 머맨과의 이혼이다. 풍부한 유머 감각의 그는 마음씨 너그럽고 장난기 많은 할아버지 같았다. 보그나인은 특히 이색 스릴러 '블랙록의 흉일'에서 공연한 스펜서 트레이시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요즘 배우로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를 최고로 뽑았다. 보그나인은 "과거 우리들에겐 연기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의미였다"면서 "요즘 영화들을 보면 도무지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다. 섹스와 폭력과 컴퓨터 효과가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그나인은 "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영화에서 욕을 절대로 안 했고 누드도 모두 거절했다"면서 "비록 내가 악역을 여럿 했지만 실제 인물로 악마나 다름없는 알 카폰 역을 하면 5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도 거절했다"고 알려줬다. 보그나인은 건강의 비결에 대해 단순한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사람들의 가슴에 작은 행복을 줬다면 난 행복하다"며 인터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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