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것은 관세가 아닌 비관세 장벽이므로 자유무역협정(FTA)이 실효를 거두려면 비관세 장벽 철폐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세원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한국유럽연합(EU)학회·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에서 "관세가 자국 산업 보호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거의 상실했고 대신 비관세 관련 조치들이 국제무역을 왜곡하는 중요 수단으로 등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에 자유무역 바람이 불면서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관세는 낮아지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관세 장벽은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조차 아직도 그 범위가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한 종합적인 국제협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관세 장벽은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하며 각국 내 경제정책이나 제도에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며 "FTA가 실효를 거두려면 관련 국가들 간 적극적인 정책협력과 조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의 FTA에서 양국의 관세 철폐 항목과 일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이보다는 비관세 장벽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FTA가 장기적인 청사진 없이는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체결된 수많은 FTA 중에서 성공적으로 발전을 거듭한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모두 단기적인 이득 추구나 외교·안보적 고려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이득이 없고 정권이 바뀌면 FTA의 효과에 의문이 생겨 결국 FTA가 정체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며 "관련국들 간 장기목표에 대한 합의와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표자로 나선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중 FTA가 체결된 가운데 한국은 현재 거론되는 한중일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에서 치밀한 판단하에 연계할 것은 연계하고 선택할 것은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