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순매수 랠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는 지난 8월말부터 다소 주춤해지는 모습이었으나 선진국 증시의 지속적인 강세ㆍ우호적인 환율여건 등을 배경으로 매수 강도가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외국인들은 특히 ITㆍ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편애에서 벗어나 금융ㆍ화학ㆍ철강ㆍ통신 등으로 매수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돌발악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순매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매수세 4일 이후 큰 폭으로 늘어=11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5,89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닷새 연속 순매수로 지난 4일을 기점으로 매수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월초까지만 해도 G20 재무장관 회의,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9월 쿼드러플위칭데이 등을 앞두고 경계심리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이들 변수가 무난하게 마무리되자 순매수 강도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이 외국인 순매수에 유리한 조건에 머물고 있는 점도 순매수 재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월초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둔화됐던 것은 여러 가지 '빅(Big) 이슈'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라며 "출구전략 문제 등이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고 원ㆍ달러 환율 역시 외국인이 메리트를 가질 만한 구간에 머물고 있어 순매수 재개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와의 연동성 높아져=최근 들어 외국인 매수세는 미국증시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외국인은 여섯 차례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때마다 전일 미국증시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축소됐는데 이 기간 동안 미국증시는 4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외국인이 미국 증시 움직임에 따라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글로벌 증시가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증시에서 가장 큰 맥락은 미국시장"이라며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미국이었는데 최근 들어 곳곳에서 경기회복 시그널이 나오면서 미국이 외국인 매수세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외국인은 최근 들어 ITㆍ자동차 위주에서 벗어나 매수세를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대해 눈길을 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순매수를 재개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금융(3,986억원), 화학(1,768억원), 철강금속(1,348억원), 운수창고(1,149억원) 등의 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는 KB금융(1,313억원)이 순매수 1위 종목으로 올라섰고, 삼성엔지니어링(1,090억원), 신한지주(922억원), 포스코(888억원), KT(876억원), LG화학(787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는 것은 최근까지 많이 사들였던 대형ITㆍ자동차 등의 주가가 상당히 큰 폭으로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매동향을 보면 큰 틀에서는 여전히 대형IT주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며 "다만 단기간 급등한 전력이 있어 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금융ㆍ화학ㆍ철강 등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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