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해외석학에게 듣는다 호제 에두아르도 나바레테 멕시코 국립大경제학 교수"식량주권 확보위해 농산물 경쟁력 최대한 강화를" NAFTA 체결이후 무역 20%이상 급증등 경제에 긍정적대미 의존도 높아지고 빈부격차 확대 등 부작용도 속출 멕시코시티=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관련기사 한미 경제동맹시대 열렸다 노대통령, 경제장관회의후 최종 지침 미국 의회 "합의안 수정할 수도" 백악관 "아쉬운 부분 많지만 다행" 노대통령 신중함 속 오늘 대국민담화 자청해서 얻은 양날의 칼…위기이자 기회 자동차·섬유 '긍정' 농업·의약엔 '직격탄' 한국, 뭘 주고 뭘 얻었나 美 쇠고기·車 싸지고 통관절차 빨라져 정부 향후과제…피해 신속보상·구조조정 촉진 한미FTA 협상서 제외된 것들은? '영광이냐 오욕이냐' 협상 주역들 양국 오가며 424일 치열한 전쟁 FTA이후 한국자동차 경쟁력은… 정치권 "국익 디딤돌" vs "청문회…장외투쟁" 고무줄로 변한 데드라인 누구편? "미측에 유리 어불성설" vs "끌려다닌 꼴" 자동차·쇠고기… 막판까지 맞선 이슈들 전문가 "美, 통상증진·中견제 두토끼 노려" 전문가 "한국, 일자리 감소등 큰 시련 올수도" 리바이스·나이키 값 내릴까? 美바이어 "한국산 의류·자동차 수입 늘릴것" 미국산 가전제품 값 최소 8% 싸져 [사설] 한·미 FTA협상 타결 이후 과제 [사설] 한미 FTA, 이제 '국내 협상'이 문제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무관하게 쌀 등 농산물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멕시코국립대학(UNAM)의 호제 에두아르도 나바레테(67ㆍ사진) 경제학 교수는 지난 3월3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가 농산물시장이며 그 여파가 산업간ㆍ지역간 소득불균형 형태로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쌀이 민감품목인 만큼 식량주권을 지켜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국이 미국과의 FTA 체결로 기존 경쟁력 있는 산업과 대기업은 더욱 성장탄력을 받겠지만 미국의 비교 열위에 있는 산업과 중소기업, 1차 산업 종사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쟁력이 상실되는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바레테 교수로부터 94년 미국ㆍ캐나다와 체결한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미친 영향과 성과, 멕시코의 전례에서 한국 경제가 어떠한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지 들어봤다. -NAFTA 체결 14년을 평가하면. ▦94년 협정을 맺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상업상의 계약(commercial agreement)’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멕시코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친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멕시코 무역과 경제뿐 아니라 문화, 사고방식, 부의 분배 등 모든 방면에 걸쳐 변화가 나타났다. NAFTA 체결을 놓고 단지 ‘좋다’ ‘나쁘다’로 구분해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NAFTA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속속 나타나고 있고 사회문제화되고 있어 향후 NAFTA 개정 요구가 더욱 활발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 -멕시코 경제에 미친 영향은. ▦NAFTA는 멕시코의 무역과 교역을 촉진했다. 실제 NAFTA 체결 이후 몇 년 동안은 무역이 20% 이상 급증하는 등 멕시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그동안의 대미 무역적자도 흑자로 돌아섰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고용창출 효과도 컸다. 다시 말해 교역이 증가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에 다시 제품을 수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임가공 형태의 ‘마킬라도라’ 구조는 부가가치가 낮았으며 멕시코 제조업과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즉 마킬라도라 육성이 멕시코 산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해외 투자기업의 멕시코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NAFTA와 동의어로 해석할 수 있는 ‘마킬라도라’ 시스템에서는 노조활동이 제한되고 노동계약은 1년마다 갱신되는 등 정규 직원들의 복지가 큰 제약을 받았다. FDI의 대부분이 미국과 캐나다에 집중됐고 투자자금이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투기적인 자본이 들어와 멕시코의 알짜기업을 인수하고 금방 팔아넘기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제한적 기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산업구조의 합리적인 배분과 해외 기술 이전에는 한계가 있어 성과가 제한됐다. -NAFTA가 지역별ㆍ계층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타결 이후 가장 신경을 쓰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다. 멕시코가 전형적인 케이스다. 멕시코 경제는 NAFTA 체제 안에서 90%가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NAFTA 체결 전후를 비교하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NAFTA 체결 이후 대미 경제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경제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NAFTA가 빈부격차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은데. ▦NAFTA 체결 이전부터 정치ㆍ경제적인 이유로 빈부격차가 상존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NAFTA 협상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계층간 불균형이 더 확대됐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북부지방은 NAFTA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발전하고 있지만 옥수수 등 농산물 중심의 남부는 황폐화됐다. 정부 차원의 보상방안도 없었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처방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화를 키웠다. -미국에 비해 비교 열위인 농산물 분야의 경쟁력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 ▦쌀이 민감품목인 한국도 멕시코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멕시코는 2008년 농산물 완전 개방을 앞두고 점진적인 개방기간 동안 농산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가 농산물 분야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늘려 경쟁력 확대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 부문에 대한 NAFTA 재협상을 시도해 개방시기를 다시 연장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멕시코의 경험상 한국 정부가 쌀 등 민감품목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식량주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되며 협상 이후에도 최대한 식량주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멕시코의 농산물시장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멕시코 농산물시장이 모두 경쟁력을 잃은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기술과 농법을 적용한 과일ㆍ채소 등은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뒤로 한 채 전통적인 재배와 판매 방식을 고수한 옥수수 등은 국제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옥수수는 민감품목으로 점진적인 개방을 약속받았는데 정부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완전개방이 되는 내년까지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개방시기를 다시 2013년까지 늦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정부가 농산물 분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한미간 FTA 타결 이후 한국도 농산물시장에서 피해를 볼 것으로 보나. ▦멕시코는 주식인 옥수수가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존립이 힘들 정도로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쌀시장이 상당히 현대화돼 있고 미국과 비교해도 그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와는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 -NAFTA 타결로 금융시장 경쟁력은 어떻게 변했나. ▦제조업의 경우 해외자본 유입이 ‘마킬라도라’ 북부 공업지대에 집중됐고 금융시장의 경우 해외기업의 멕시코 기업 인수합병(M&A)에 치중됐다. 건전한 투자가 아니라 단기차익을 얻어나가는 투기적인 거래가 판을 쳤다. 일부 대형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분명 높아졌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경이롭다’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경제성장도 안정돼 있고 산업 다양성도 뛰어나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중남미 경제보다 분배구조도 좋다.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 경제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세 가지 부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사회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현재 멕시코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도시와 농촌, 부자와 가난한 자 등 지역간ㆍ계층간 소득배분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 또 비교 열위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야기될 수 있는 고용감소 등에 제대로 대처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확대하고 교역거래를 다변화하는 등 미국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나바레테 교수 약력 ▦1940년 멕시코시티 출생 ▦1963년 멕시코국립대(UNAM) 경제학과 졸업 ▦1961년 멕시코 금융신용부 조세전문가 ▦1972년 주베네수엘라 대사 ▦1986년 주영국 대사 ▦1989년 주중국 대사 ▦2000년 주유엔 대사 ▦2003년 UNAM 경제학 교수 입력시간 : 2007/04/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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