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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and Steady
입력2003-03-10 00:00:00
수정
2003.03.10 00:00:00
지난 일요일, 사상초유의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을, 그것도 TV생중계를 통해 보면서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중 가장 분명한 것은 내가 정말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보는 이들마다 관점에 따라 이런 저런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이 것만큼은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열띤 토론에도 불구,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인식 차가 크게 좁혀진 것 같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이 같은 팽팽한 긴장이 자칫 검찰조직 바깥, 명확하게 말하자면 기업으로 불똥이 튈까 걱정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누가 뭐라해도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서운함이 모든 영역에서의 `준법투쟁`으로 모양을 달리 해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는 까닭이다.
`법과 원칙`만이 혼탁한 이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란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것의 적용에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살펴야 하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새로운 기회부여를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모두 알다시피 지금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미ㆍ이라크 전쟁가능성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이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판국에 설상가상으로 북핵사태마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국가위험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국내 경기는 L자형 장기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기업에 대한 일련의 사정(司正)이 기업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기업이 따로 있고,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바닥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는데 경제가 피어날 리 만무하다.
`국민은 위대하다``대중은 우매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국민과 대중이 별개의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양면적이란 말이다. 소신과 독선, 유연함과 우유부단함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쪽도 될 수 있고, 저쪽도 될 수 있다. 그만큼 경계선이 명확치 않다는 얘기다.
사실 칼로 무우자르듯 그렇게 딱 부러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노사문제나 재벌개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느 일방이 완전히 옳고, 어느 일방이 완전히 그른 경우는 흔치 않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인과 결과가 꼬리를 물고 뒤섞여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결국 인내를 갖고 차분히 풀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많은 이들이 노무현정부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대다수 경제전문가들도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이 궁극적으로 옳다는데 동의한다. 이는 서울경제를 비롯한 여러 언론기관의 설문조사에서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다.
지나간 정권들도 초기에는 항상 개혁을 외쳤다. 그리고 질풍노도처럼 휘몰아쳤다. 그러나 하나같이 끝에 가서는 흐지부지됐다. 왜 그랬을까. 현실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나는 노무현정부가 분명히 우리 역사를 한걸음 진전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바꿔놓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하지만 개혁이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을 뚜렷이 새기기엔 충분하다. 조급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종환(산업부장) jw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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